배우 송지효(27)는 또래 연기자들 중에 '연기 좀 한다'는 소리를 꽤 들었다. 스크린 데뷔작인 '여고괴담 3' 때부터 평단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런데 영화 '쌍화점'을 촬영하면서 제대로 고생했다. 유하 감독은 송지효에게 '그간 과대평가를 받았다'는 말까지 했다.

"한계를 느꼈죠. 아침에 일어나는 게 두려웠을 정도였으니까요."

캐스팅부터 개봉까지 약 9개월을 매달렸다. 이렇게 오래 한 작품에 올인한 것은 처음. 관객과 만나기까지 과정이 그녀에겐 결코 쉽지 않은 시간들이었다.거의 모든 장면을 40번이나 다시 찍었다. 화장실에서 몰래 울기를 수차례.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시간이었죠. 또 다른 저를 받아들이고 찾는 계기였어요.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을 만들어주셨어요."

이 덕분에 시사회 직후 꽤 칭찬을 들었다.

송지효의 극중 역할은 사랑에 모든 것을 내던지는, 원나라 출신의 왕비. 고려 말 왕권을 강화하려는 왕(주진모 분)과 호위무사 홍림(조인성 분) 사이에서 사랑과 배신의 비극을 엮어간다. 이 과정에서 한국영화 역사상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사실적인 베드신이 연달아 펼쳐진다.

"여배우에게 노출 연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죠. 그러나 단순 베드신이 아니라 왕비의 감정 변화를 절절하게 표현해내야 해서 더욱 어려움을 느꼈어요."

조인성과의 베드신은 지난달 30일 개봉 직후 여러모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파격적인 노출 수위도 그렇지만, 두 남녀가 격정적인 감정에 사로잡히면서 결국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되는 과정을 깊은 눈빛으로 보여줬다는 평.

이 모두 작품에 푹 빠져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1년 가까이 외출도 삼가면서 극도로 절제된 생활을 했다. 베드신을 앞두고 있으니 크랭크 인 전부터 고단백질, 저칼로리의 식단을 철저히 지켰다. 이화선 등 친한 동료 연예인들과도 전화 한 통 안하고 살았다.

"최근에 연락을 하니 '죽었는 줄 알았다'고 하더군요. 이렇게 올인을 하고 나니, 크랭크 업 이후엔 넋이 빠지는 것 같더라고요. 무엇을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하기도 싫고요."

왕후는 홍림과의 비극적인 결말을 알고 있었지만 사랑을 위해 자기 자신을 내던진다. 실제 사랑할 때 송지효는 어떨까. 지금까지 연애 경험은 세 번 정도. 원래는 이성적인 편이었는데, '쌍화점'을 찍으면서 사랑에 관해서도 생각이 바뀌었다.

"불 같은 사랑을 해보고 싶어요. 죽기 전에 모든 것을 내던질 수 있는 사랑 말이에요. "

'쌍화점'이 송지효에겐 그런 열정적인 사랑의 첫경험이었던 듯. 그러나 짝사랑은 아닌 듯하다. 개봉 4일만에 100만여 관객이 '쌍화점'을 봤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