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600억원을 들여 완공한 화성직업훈련교도소가 부처 간 엇박자로 7개월째 문도 열지 못한 채 텅 비어 있다.
2일 오후 5시30분쯤 화성직업훈련교도소에는 정적만 감돌았다. 교도소 입구 역할을 하는 건물에는 1층 행정실 한 곳만 빼고 모두 불이 꺼져 있었다. 이 건물을 지나 교육장 건물로 이어지는 200m 길이의 야외 통로는 곳곳에 공사하고 남은 목재와 철근, 쓰레기 포대들로 가득했다. 교육장 건물은 265㎡(약 80평) 규모의 교실 29개가 들어찬 3층짜리 건물이다. 교실마다 주먹만한 크기의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고, 교실 내부에는 최신형 선반기계와 정비용 차량이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지난해 10월 발령받은 뒤 넉 달째 건물만 지키고 있는 교도관 A씨는 "아직도 언제 문을 연다는 말이 없어 답답하다"고 했다.
◆7개월째 텅 비어 있는 600억원짜리 교도소
법무부는 모범 재소자들에게 전문적인 직업 교육을 시킨다는 목표로 2004년 12월 경기도 화성시 마도면에 있는 16만㎡(약 4만8000평)짜리 법무부 땅에 건평 5만4000㎡(1만6000평)의 교도소를 짓기 시작해 작년 6월 완공했다.
경북 청송직업훈련교도소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건립된 첨단 교도소다. 최대 수감인원 1800명에, 건축시공·자동차정비·컴퓨터 교육 등 15개 직종을 교육할 수 있는 첨단 장비를 갖추고 있다.
완공에 앞서 법무부와 행정안전부는 화성직업훈련교도소를 가동하는 데 필요한 교도관(330명) 가운데 134명은 기존 교도관으로, 나머지 196명은 신규 채용해 충원하는 데 합의했다. 신규 채용 예산안(58억8000만원)도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출범해 '공무원 수 동결'을 선언하고 교도관 신규 채용 계획을 백지화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2009년 1월 현재, 화성직업훈련교도소에는 재소자가 한 명도 없다. 교도관 29명이 우선 배치되어 있을 뿐이다. 이들의 임무는 텅 빈 교도소를 경비하면서 이 안에 있는 20억원어치의 첨단 교육 장비를 관리하고, 수도파이프가 동파하지 않도록 재소자가 없는 방에 하루 한 번씩 불을 때는 것이다. 정부는 올 1~2월 두 달간 화성직업훈련교도소 가스난방비로 2500만원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대해 행정안전부는 "교도관 신규 채용계획이 백지화된 만큼 기존 시설과 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영해서 기존 교도관을 화성직업훈련교도소에 배치하면 직업훈련교도소를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도 "'효율적 인력 재배치'는 모든 부처의 기본 인력 운용 방침"이라며 "법무부만 예외일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그렇지 않아도 선진국에 비해 교도관이 부족한데 기존 인력을 빼서 쓰면 다른 교도소 운영은 어떻게 하란 말이냐"며 "교도관을 새로 뽑지 않으면 화성직업훈련교도소 문을 열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유령 교도소' 늘어날 수도
이뿐만 아니라 올해 내 완공될 교도소 세 곳도 화성직업훈련교도소처럼 부처 간 입장차이로 개소조차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 세 곳은 경남 밀양교도소·전남 해남교도소·강원도 영월교도소 등으로 모두 일반 교도소다.
법무부는 각각 300억원씩 모두 900억원을 들여서 이 세 교도소를 짓고 있다. 이들이 모두 완공될 경우, 한 교도소에 150여명씩 모두 450명 정도의 교도관이 배치돼야 하며, 그 중 최소한 200명은 새로 뽑아야 한다는 것이 법무부의 주장이다. 따라서 정부의 공무원 수 동결방침이 적용될 경우 이 세 곳 역시 문을 열기까지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국고를 투입한 사업이라면 정부 전체의 차원에서 생각해야 한다"며 "'원래 주기로 한 것을 안 줬으니 문을 열 수 없다'는 것은 자기 부처의 이익만 생각하는 소위 부처 할거주의"라고 했다.
논란이 일자 법무부 교정기획팀 관계자는 "늦어도 3월 안에 화성직업훈련교도소를 열고, 다른 세 곳도 원만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행안부, 기획재정부와 적극적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 행안부 관계자도 "정부 부처 내 혹은 부처 간 인력 재배치를 통해 최대한 빨리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