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소유주가 아닌 실제 거주자도 일조권(日照權) 침해로 인한 '재산상 손해'에 대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지금까지 소유주가 아닌 거주자는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만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지만 이번 판결로 '재산상 손해'도 배상받을 가능성이 열리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재판장 임채웅)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있는 2~4층 높이의 다가구주택 건물주 김모씨 등 6명이 "인근에 18~29층짜리 아파트 5개 동이 신축되면서 햇볕이 잘 들지 않는다"며 시행사인 KT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KT는 일조권 침해가 인정된 원고 5명에게 684만~1434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건물주인 원고 6명이 "각 주택별로 산정된 손해액 전부가 건물주에게 배상돼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실제 거주하는 임차인의 일조권 침해와 배상 청구권을 인정해 건물주에게 지급돼야 할 배상액은 전체 손해액의 90%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임차인들은 소송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손해액의 10%는 신축 아파트 골조 완성 시(2008년 3월)의 임차인들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일조권은 소유권뿐만 아니라 소유권에서 나온 '정당한 생활을 누릴 수 있는 권리'에도 근거를 두고 있기 때문에 건물주 외에 일조권 침해 행위가 일어난 당시 실제 거주한 사람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손해액은 적절한 방식으로 분배돼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