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탤런트인데
야구쪽에서 더욱 유명하다. '홍드로'로 더 잘 알려진 탤런트 홍수아. 지난 2005년 잠실구장에서 바지에 운동화 차림을 하고 얼굴이
일그러질 정도로 힘껏 시구를 한 게 야구팬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섹시한 차림에 하이힐을 신고 '예쁘게' 던졌던 이전까지의
여자 연예인 시구의 틀을 깼다. '개념시구'의 창시자가 됐고, 지금도 시구의 기본으로 통한다. 그때 스리쿼터형으로 던진 폼이 메이저리그의
유명 투수 페드로 마르티네스를 닮았다고 해서 팬들이 붙여준 별명이 바로 '홍드로'다,  홍수아는 지난해 플레이오프에 이어 올해 10월
31일 한국시리즈 5차전서 시구를 하며 또 한번 야구팬들을 흥분시켰다. 유니폼을 하의까지 맞춰입고, 등번호 1번에 홍드로란 이름까지
새겨서 마운드에 오른 것. 게다가 스피드까지 붙어 '역시 홍드로'라는 찬사를 들었다. 시구 후 경기를 끝까지 지켜보는 모습에서 진짜
야구팬임을 알 수 있었다. 두산의 팬 행사 '곰들의 모임'에 자청해서 참석해 '명예 선발 투수'라는 선물을 받기도 한 그녀를 5일
하이원리조트에서 만났다. 두산 선수들이 도루를 해서 모은 성금을 전달하는 행사에 참가해 팬사인회를 가진 자리였다.










차에 항상 글러브 - 공…

선수 출신 매니저 오빠와 시구 2주전부터 훈련해요~
 
 


―야구를 알게 된건 언제부터인가요.



▶초등학교 때 아버지와 함께 야구를 보면서 알게됐어요. 학교에서 발야구도 자주해서 야구의 기본 룰 정도도 알고 있었고요. 시구를 한 뒤에
야구를 더욱 좋아하게 됐죠. 요즘도 차에 글러브와 공을 가지고 다니면서 심심할 때 매니저 오빠와 캐치볼을 해요.



―2005년 첫 시구때 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해서 '개념시구'라는 말을 들었는데



▶마운드는 야구선수분들의 소중한 공간인데 하이힐로 움푹움푹 파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고, 제가 공을 던지러 온거지 각선미를 자랑하러
온게 아니잖아요. 그렇게 생각해서 바지에 운동화를 신었더니 칭찬해주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이번 한국시리즈 시구때는 아예 유니폼 하의까지 갖춰입고 등에 '홍드로'라고 이름을 새겼던데.



▶두산 구단에 그렇게 해달라고 했어요. 이번이 세번째 시구인데 내가 시구할 때 팬들이 뭘 원하실까를 생각하다가 유니폼을 다 갖춰입고 이름까지
새기면 어떨까 했죠. 의상도 때와 장소에 맞게 잘 맞춰입어야죠. 이 기회를 빌어 시구의 기회를 주신 두산구단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감사드려요.
한국시리즈 시구를 진짜 하고싶었거든요.




―처음 시구를 했을 때는 스리쿼터형으로 던져 '홍드로'라는 별명을 얻었는데 지난해나 올해 시구할 때 보면 갈수록 팔이 올라갔더군요.
이유가 있나요.




▶처음엔 김병현 선수를 흉내낸 것이었어요. 다들 비슷하게 시구를 하니까 전 조금 특이하게 하고 싶었죠. 그런데 시구하고 나니 '홍병헌'이
아닌 '홍드로'가 됐더라구요. 요즘은 계속 투구폼 교정을 받고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웃음)



―'홍드로'로서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지.



▶사람들에게 이젠 제가 홍수아보다 홍드로로 더 알려져 있는 것 같아요. 어떤 분은 홍수아는 모르고 시구하는 홍드로라고 하니 그제야 안다고
말씀하세요. 제가 출연하는 드라마 '내사랑 금지옥엽' 촬영장을 가면 야구 좋아하시는 남자 스태프분들이 저를 홍드로라고 부르시고요.



'홍드로'를 얘기할 때마다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진짜 그 별명을 좋아하는 것같다. 안티팬이 있을 수 밖에 없는 연예인이 시구로 큰
칭찬을 들어서일까.



―두산에서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누군가요.



▶홍성흔 오빠를 제일 좋아했어요. 작년 플레이오프에서 시구할 때 성흔오빠가 포수하고 사인 주고 받는 것을 가르쳐 주셨고요.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는
시구하기 전까지 연습장에서 제 공을 받아주시면서 폼도 교정해 주셨어요. 근데 이번에 롯데로 가셨더라구요. 거기서도 잘하실 것으로 믿어요. 그래도
내년엔 두산이 우승하면 좋겠어요.



이혜천 홍성흔 안경현이 팀을 옮긴 사실까지 알고 있었다. 김동주까지 나가면 안된다고 걱정하는데 연예인이 아니라 열혈 두산팬과 얘기하는 것
같다.



―'곰들의 모임' 행사에 참석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야구팬분들과 직접 만나보고 싶어서 초대해 달라고 했어요. 갔더니 야구팬들이 너무 많이 오신 거예요. 선수분들이 많아서 제가 혹시 소외당하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너무 좋아해주시고, 저한테도 사인해달라고 하시더라고요. 게다가 '명예 선발투수'라는 선물까지 받아서 정말 감사했죠.






















 ―시구할 때 스피드에 많은 팬들이 놀랐어요. 특별히 하는 운동이 있나요.

▶등산하는 걸 좋아하고, 산책을 많이 하는 편이죠.

 ―그러면 강속구의 비결은 뭔가요.

▶운동화를 신고, 편한 유니폼을 입어 그런게 아닌가 싶어요. 몸이 편하니 좋은 투구가 되는 거죠. 그리고 투구폼도 계속 교정받았잖아요. 앞으로

더 연구를 해서 또 한번의 기회가 온다면 조금 더 잘던지려고요. 홍드로하면 강속구로 알고 계시니까 어깨 힘을 많이 길러서 시속 90㎞도 넘어보고

싶어요. 시구 연습을 하고 나면 어깨가 빠질 것 같이 아파요. 투수들이 힘든 걸 알겠더라구요.




















갑자기 일본 프로팀에 지명됐다는 여자 선수 얘기를 꺼냈다. 그 여자 선수가 너클볼을 던진다는 것도 알고 너클볼이 회전없이 날아오는 공인 것도

알고 있었다. 다른 구질을 배우고 싶다고 하는 모습에서 마치 첫 해를 잘 치른 신인선수와 인터뷰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시구할 때 '홍드로'라는 명성 때문에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크지 않나요.

▶부담이야 있죠. 제구도 잘돼야 해서 긴장도 많이 돼요. 작년엔 시구할 때 2주 동안 훈련을 했어요. 매니저 오빠가 야구선수 출신이라서 폼

교정도 받고 그랬죠.

 ―연기로 승부하지 않고 야구 시구로 자신을 홍보한다는 말도 있는 데 그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요.

이 질문을 받자 이제껏 밝은 웃음만 보여주던 그녀의 얼굴이 조금 어두워진다. 아마 이런 말을 처음 들었나보다. 조금 생각에 잠겼다가 조심스럽게

말문을 연다.

▶그런 얘기를 한번도 들은 적이 없는데….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런데 저에게 주어진 일에 그냥 열심히 최선을

다하면 될 것 같아요. 지금도 드라마 출연하면서 열심히 살고 있어요.



―홍수아에게 홍드로란 어떤 의미인가요.

▶무엇하고도 바꿀 수 없는 너무나 소중한 아주 큰 기쁜 선물이예요. 저만의 홍드로가 아닌 야구를 사랑해주시는 분들의 것이죠. 사실 꿈 같아요.

홍드로로 사랑받는게 다시 태어났다고 해야되나. 그 정도로 저를 사랑해주시는 여러분께 감사드려요.




















< 정선=권인하 기자 scblog.chosun.com/indy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