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법 형사4단독 박준용 판사는 아동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의사 A씨와 부인 B씨에게 각각 징역 2년과 3년을 선고했다고 8일 밝혔다.(부산일보 12월 8일자 보도)

A(45)씨와 B(42)씨는 법정구속 됐다. 자녀 학대 혐의로 부모가 법정 구속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아버지는 현직 의사며 어머니는 전직 교사다. 자녀들은 모두 친자식이다. 배울 만큼 배운 이 엘리트 부부는 왜 남매 4명에게 심한 매질을 가한 것일까. 남매는 1남 3녀로, 딸인 첫째는 14, 둘째는 10, 아들인 셋째는 9, 딸인 넷째는 4세다.

2007년 4월 중순 부산 구서동의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삭발한 넷째 미영이(가명)가 뛰어다니며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를 외치고 있었다. 미영이는 알몸이었고 등에 맞은 자국들이 선명했다.

아이를 발견한 아파트 관리원은 부산동부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했다. 이 기관은 미영이의 어머니와 연락을 취했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의사며 병원을 운영한다, 별일 아니다"라고 했다. 아이를 돌려보내긴 했지만 미심쩍은 데가 많아 이 기관은 사례 관리에 들어갔다.

그러던 중 금정경찰서 여성청소년계를 통해 '별일 아니다'라는 주장이 거짓임을 보여주는 남편과 아내의 전력(前歷)을 확인했다. 같은 해 3월 중순 부산 장전동 부산대 정문 앞에서 부부는 첫째와 둘째가 고집을 피운다며 "너희들과는 인연이 다 되었으니 나가 살아라, 다시 들어오면 바다에 던져 죽이겠다"고 위협한 뒤 버려, 경찰에 신고된 적이 있었던 것이다.

동부아동기관은 경찰, 학교 등과 함께 부모를 감시하는 모니터링에 돌입했다. 주변을 조사한 결과 문제의 집에서는 때리는 소리, 아이 우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는 이웃들의 진술이 확보됐다.

부모의 학대 현장을 잡는 데는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같은 해 5월 22일 오전 보호기관에 아동학대 발생 신고가 접수됐다. 즉시 직원 2명과 동사무소 직원 1명이 출동했다. "아이가 어디 있느냐"는 질문에 어머니는 "대구 할머니 집에 있다"면서 태연하게 전화를 하는 것처럼 하더니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시치미를 뗐다.

하지만 직원들이 집안을 수색해보니 방 한쪽 구석에 온몸이 멍들고 얻어맞아 퉁퉁 부은 얼굴에 실눈을 뜬 채 멍하니 앉아 있는 미영이를 발견했다. 미영이는 병원으로 옮겨졌고 안면 골절, 급성출혈성 빈혈 증세로 2주일간 입원 치료를 받았다.

나머지 첫째, 둘째, 셋째는 학교를 마친 뒤 즉시 아동양육시설로 인계돼 부모와 격리돼 보호조치 됐다. 이들도 온몸에 흉터가 있는 데다 신체적 학대로 인한 불안한 정서 상태를 보였다. 아이들은 모두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죽비, 손발로 매주 2~3회씩 맞았던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밝혀졌다.

경찰은 "실수나 장난을 용서하지 못하고 나이가 어려도 바르게 커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어머니가 사로 잡혀 있는 것 같았다"며 "상식 밖의 강한 훈육이 학대로 이어졌고 아버지 역시 학대에 동참하거나 아내의 학대를 방임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구에서 교사생활을 한 어머니는 학교에서 한 명의 학생도 딴 짓을 하는 것을 가만히 두지 않았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고도 했다.

부모는 아동복지법위반으로 고발 조치 당해 보호관찰 6개월, 정신과 상담 6개월을 선고받았다. 친모는 한 달간 정신과입원치료를 받았다.

비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같은 해 9월 1일 첫째가 넷째 미영이를 데리고 아동양육시설을 빠져나가 학교를 마치고 양육시설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둘째, 셋째와 함께 택시를 타고 아버지가 운영하는 병원으로 갔다.

보호기관 관계자는 당시 이메일로 어머니와 편지를 계속하고 있었던 첫째가 어머니의 사주를 받아 그 같은 일을 벌였다고 보고 있다. 보호기관에서는 부모와 연락을 취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고 사흘 뒤 아버지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아버지는 "그동안 모텔에서 같이 생활하면서 시설에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아이들로부터 들었다"며 법적인 친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보호기관은 어쩔 수 없이 양육계획서를 서면으로 받는 최소한의 조치밖에 하지 못하고 같은 달 중순 아이들을 귀가조치 시켰다.

이후 8개월 가량 지난 뒤인 올 6월 7일 오후 5시쯤. 넷째 미영이는 더 참혹한 모습으로 아파트 주차장에서 발견됐다. 신고자는 "머리도 많이 맞았고 머리가 (피로) 떡이 져 있다"고 말할 정도였다. 머리에 핏자국이 가득했고 2~3㎝ 가량 찢어진 상처가 온몸에 10군데도 넘었고 다리에는 칼자국도 여러 군데 있었다. 등을 비롯해 가슴 등 온몸 곳곳에 화상 상처도 많았다.

담당 의사는 "얼굴과 가슴, 등, 뒷머리 부분의 화상 흔적은 6개월 전에 일어난 상처로 보이고 다리 부분 칼 자국은 7일 전 상처로 보인다"고 말해, 보호시설을 나온 이후 지속적인 학대에 시달린 것을 증명했다.

미영이는 버릇이 없거나 말을 안 듣는다 것 외에도 애완용 개를 괴롭혔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했다. "왜 때렸냐?"는 질문에 친모는 "살아 있는 물체마다 그 속에 부처가 있기 때문에 개를 괴롭히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래서 때렸다"고 답했다고 한다. 잘못을 반성하지 않는다며 손발은 물론이고 TV리모컨, 주방용 칼까지 동원해 상처를 입혔다.

아이들은 현재 보호시설에서 미술치료 등을 받고 있는데 그림에서 아버지는 '곰', 어머니는 '흑표범' 등으로 표현하고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상어'가 빠짐없이 등장한다. 특히 '무서운 칼을 피하는 물건과 동물들'이라는 제목으로 아들인 셋째가 그린 그림에는 여기저기 도망가듯 흩어진 물건들과 파편, 동물이 있고 그 아래 '붉은 피가 뚝뚝 떨어지는 칼'이 선명히 그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