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판매 중인 여러 가지 발기부전 치료제.

남성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Viagra)'가 탄생한 지 10년이 지났다. 미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앨버라도 병원에서 성의학을 담당하는 어윈 골드스타인 박사는 비아그라의 발명이 핵폭발과 같은 위력을 발휘했다고 평가했다.

CNN 12월 11일 보도

비아그라는 1998년 3월 27일 출시된 후 10년 동안 18억 정이 팔렸다. 미국에서만 2500만 명, 세계 120개국에서 3500만 명의 남성이 이 약을 복용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9년 10월 이후 매년 4~5%씩 성장해 올해 시장 규모는 1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비아그라 10년, 우리 사회에는 어떤 현상들이 일어났을까.

CNN은 11일 "비아그라는 성(性)과 관련된 약품 시장을 개척했고 성에 대한 금기를 깼다"고 평가했다. '비아그라(Viagra)'라는 이름은 '활력(Vigor)'을 '나이아가라(Niagara)' 폭포처럼 넘치게 해준다는 뜻에서 나왔다. 덕분에 '일나그라' '서그라' '살리그라' 등 비슷한 이름의 상표들이 특허청에 무더기로 출원되기도 했다. 시알리스, 레비트라, 야일라, 토종제품인 자이데나 등 유사 약품도 출시됐다.

채수홍 전북대 교수는 '발기부전 환자와 비아그라를 통해 본 한국 남성의 남성성'이라는 논문에서 "비아그라는 피임약과 함께 인류의 성문화에 단기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약품"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비아그라는 남성의 취약함과 부끄러움을 공적인 무대의 전면에 등장시킴으로써 남성성과 남성의 성문화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만들어냈다"고 밝혔다.

2004년 대한남성학회 조사에 따르면 40세 이상 성인 남자 2명 중 1명은 발기부전 문제로 고민한 적이 있고, 10명 중 1명은 병원에서 치료를 요할 정도로 심각한 증상을 갖고 있다.

실제 복용한 남성과 배우자는 비아그라의 효과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까. 2006년 김세철 중앙대 의대 비뇨기과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비아그라를 복용한 남성의 95%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배우자 역시 98%가 만족했다.

비아그라가 가정에 행복만 가져다 준 것은 아니다. 많은 가정이 비아그라로 인해 파괴됐다. 비아그라를 먹고 나니 불륜이 쉬워져 황혼 이혼이 늘어나는 현상도 나타났다.

지난 8월 브라질의 한 마을에서는 시장이 60세 이상 노인 68명에게 무료로 비아그라를 나눠줬다. 남성들은 그 약을 먹고 단체 외도를 했다. 이후 시장은 부인들에게 직접 약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비아그라로 인해 중장년층의 성병도 급증했다. 최근 10년 50~70대 성병 환자가 2배 가까이 늘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대한요로생식기감염학회가 1999~2007년 성병진단 환자 300만 명을 분석한 결과, 2007년 진료를 받은 성병 환자는 1999년보다 36.8% 늘었다. 50대는 2배, 60대와 70대는 각각 1.5배와 2배로 늘었다. 김철성 대한요로생식기감염학회 회장은 "다양한 발기부전 치료제가 시판되면서 노래방과 공원 등에서 음성적 성관계가 늘고 있는 것이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비아그라는 예기치 못했던 효과도 가져왔다. 성인병을 일찍 발견할 확률이 높아졌다. 미 하버드 의대의 에이브러햄 모건탤러 교수는 "비아그라의 등장으로 자신의 성 문제에 대해 의사와 상담하면서 발기부전 증상을 보이는 뇌졸중, 고혈압 등을 미리 발견할 확률이 높아졌다"고 했다.

비아그라의 주성분인 실데나필은 발기부전 치료 외에도 폐동맥 고혈압, 고산증, 임신 중독증 등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비아그라는 불임 여성에도 쓰일 전망이다. 비아그라가 혈액 공급을 늘려 자궁내막의 두께를 늘려주기 때문에 자궁내막이 얇아 태아가 착상하기 어려운 여성에게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야생동물 보호 효과도 있었다. 비아그라 출시 후 정력제로 인기 있던 알래스카 순록의 뿔과 수컷 물개의 성기 판매량이 급감했다고 한다.

비아그라가 IT 기술까지 발전시켰다. 비아그라 스팸메일을 걸러내는 기술도 같이 발전한 것이다. IT보안업체인 시만텍에 따르면, 작년 비아그라 등 의약품 판매 광고가 전체 스팸메일의 24%를 차지해 가장 비중이 높았다. 스팸을 막기 위해 '비아그라' 등 특정 문자만 인식해 차단하는 기술이 생기자 이미지 속의 문자를 뒤트는 등 스패머들의 기술도 더 교묘해졌다.

왜 스팸 메일과 불법 사이트가 판을 칠까. 비아그라는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구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스팸 등으로 유통되는 발기부전 치료제는 가짜일 확률이 높고, 정품이라도 의사의 처방이 없어 오남용의 위험이 크다.

여성용 비아그라도 있을까. 서주태 제일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여성의 경우 성기능 장애는 욕구 자체가 없거나, 통증을 느끼는 등 여러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약 하나로 해결하기는 힘들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