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7일 저녁 서울 마포의 한 식당에서 열린 중소기업인 모임에 '깜짝 참석'했다. 경찰 경호나 교통 통제도 없었고, 수행원은 김인종 경호처장 등 3명뿐이었다. 중소기업중앙회 임원들이 장애인 봉사활동을 마치고 송년회를 갖는 자리에 참석한 이 대통령은 소주를 곁들이며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인사말에서 "요즘 중소기업 상황이 어려워서 좋은 자리에 모시지 못한 점 죄송하다"고 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비공식적으로 청와대 밖 식당에서 저녁을 먹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호텔에서 열렸다면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올해 고생들 많이 하셨는데 내년에 조금 더 고생을 해야 하니 용기를 갖고 힘내시라고 위로하러 왔다"고 했다.

이 자리에서 중소기업인들은 새 정부의 기업 지원대책과 양벌 규정 완화 조치 등에 대해 감사하다는 말도 했지만, 경제난에 따른 어려움 호소가 많았다. 한 참석자는 "20년 동안 소상공인들이 이렇게 어려운 적이 없었다"면서 "특히 마이크로크레디트(무담보 소액대출) 제도의 활성화에 각별히 신경을 써달라. 제대로 신용대출을 받지 못하는 영세상인들이 쉽게 자금을 공급 받을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모임을 마무리하면서 "가난하지만 넉넉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나는 희망을 갖고 있고, 이런 국민들이 사는 나라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는 게 매우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만찬 때 중소기업의 구호인 '9988'(국내 기업수의 99%, 고용의 88%를 중소기업 등이 차지하고 있다는 뜻)과 '내 힘들다'를 거꾸로 한 '다들 힘내'를 외치며 중소기업인들과 건배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취임 직후 개설한 '기업인 핫라인'을 통해 모임에 참석해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예정에 없이 가자고 해서 성사된 것"이라며 "내일부터 시작되는 부처 업무보고에 앞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자는 취지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