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관련 전공의 대학생이다. 방학이 되면 나를 비롯한 많은 친구들이 취업준비의 일환으로 각 기업들이 주최하는 디자인 공모전을 준비하느라 정신없이 바쁘다. 입상하게 되면 해당 기업 입사 지원 시 가산점을 얻을 수 있고, 상금도 있기 때문에 관련 학과 학생들 대다수가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일부 공모전에는 굉장히 불합리한 점이 있다. 몇 백 점이 넘을지도 모르는 출품작에 대해 저작권이 자사(自社)에 귀속된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입상하지 않은 작품의 저작권은 출품자에게 귀속된다"고 명시한 회사도 있다. 그러나 최근 3개의 공모전을 실시하고 있는 LG 계열사를 비롯, 롯데백화점 등의 공모전 참가요령에는 한결같이 저작권이 자사에 귀속된다고 되어 있다. 심지어 LG전자의 모바일콘셉트 공모전은 특허권, 실용신안, 의장등록까지 자사에 있다고 한다.
공공기관도 마찬가지다. 최근 마감된 국세청의 현금영수증카드 디자인 공모전도 저작권이 국세청에 귀속된다고 일방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당선작도 아닌데 무슨 근거로 저작권이 공모전 주관사에 있다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 탈락한 작품을 돌려주지 않는 것까지는 이해하더라도 저작권까지 갖겠다는 것은 학생들이 약자라는 점을 악용하는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현재 디자인을 공부하는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국내의 디자인 공모전은 얼마 안 되는 상금에 아이디어 빼먹기라는 인식이 팽배해져 있지만, 취업을 위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작품을 출품한다. 공모전을 빌미로 아이디어를 강탈하는 국내 기업들의 공모전은 바뀌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