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오줌 색깔이 이상해. 콜라처럼 새까매."

지난 6일 밤 10시쯤 서울 중랑구에 사는 주부 최모(44)씨는 고등학교 1학년인 아들 김모(15)군의 소리를 듣고 화장실로 달려갔다. 아들의 소변 색이 새까맸다. 놀란 최씨가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묻자, 김군은 "지난 4일 체육시간에 벌로 '앉았다 일어서기'를 수백번 받았다"고 털어놨다. 김군이 체육 실기시험에 두 번 연속 빠지자, 체육교사가 "운동장 한 구석에서 '앉았다 일어서기' 얼차려를 시켰다는 것이다.

병원을 찾은 김군에게 담당 의사는 '횡문근 융해증'이란 진단을 내리고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고 했다. "갑작스럽게 근육에 심한 충격이 가해져 까만 '피 오줌'을 본 것"이라며 "조금 더 늦었으면 급성 신부전으로 진행될 뻔했다"고 말했다.

최근 김군처럼 학교 얼차려로 인해 '횡문근 융해증'으로 병원을 찾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소아신장 전문의들은 "1년 전쯤부터 이런 환자들이 부쩍 늘었다"고 말한다.

횡문근 융해증은 허벅지 등의 횡문근(가로무늬 근육)이 파괴되며 빠져나온 근육 세포의 내용물들이 혈액에 침투해 신장기관인 세뇨관에 손상을 주는 병이다. 콜라색 같은 까만 소변을 보는 증상이 나타난다. 시간이 지나면 낫는 대수롭지 않은 증상이 아니라 '급성 신부전' 합병증까지 발생할 수 있는 심각한 병이다.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할 수 있지만 방치하고 내버려둘 경우, 3분의 1가량이 급성 신부전으로 이행된다고 한다.

경북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고철우 교수는 "정상 범위를 넘어선 과도한 운동이나 체벌 등으로 급작스럽게 근육이 손상될 경우 횡문근 융해증에 걸린다"고 말했다.

경기도 남양주시 K고등학교 김모(16)군도 지난 3월 야간자율학습에 몰래 빠지려다 담임교사로부터 '앉았다 일어서기' 얼차려를 받고 횡문근 융해증으로 병원 치료를 받았다.

경희의료원 소아신장센터 조병수 과장은 "한 달에 평균 1~2명의 학생이 이 증상으로 입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중고생들 사이에 왜 갑자기 이런 병이 생기기 시작한 걸까. 의사들은 "휴대전화 카메라와 인터넷의 확산"을 가장 큰 이유로 든다. 교사의 체벌 장면을 휴대전화나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하는 경우가 많아지자, 학생 신체에 직접 체벌을 가하기보단 '앉았다 일어서기 수백 회' '운동장 돌리기' 등의 심한 얼차려를 주는 교사가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조병수 소아신장센터 과장은 "'때리지 않으면 괜찮겠지' 하고 안이하게 생각하는 선생님들의 무지(無知) 때문에 학생들이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수 있다"며 "근육에 너무 심한 무리를 주는 얼차려는 엉덩이나 손바닥을 몇 대 때리는 것보다 위험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