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최고의 흥행 매치인 수원과 서울이 2008 삼성 하우젠 K-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닥뜨린다. 모두가 꿈꾼 드림 매치다. 그래서 화제 만발이다. 수원-서울전은 일명 수도권 더비다. 서울역과 수원역에서 착안해 '지하철 1호선 전쟁'이라고도 불린다. '더비 매치'란 같은 지역을 연고로 한 팀 간의 라이벌전을 의미한다. 물론 이는 대한민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아니 한국 축구는 '걸음마' 수준이다. 더비 매치는 국제 클럽 축구의 심장이자 최고의 묘미다. 열기는 두 말할 것도 없다. 맞대결이 열리는 날 그 지역은 총성없는 전쟁터로 변모한다. 관중 난동도 빼놓을 수 없는 백미다. 그럼 세계적인 더비 매치에는 어떤 경기들이 있을까. 국제 축구계의 10대 더비 매치를 소개한다. |
라이벌 넘어 '지독한 앙숙'… 우린 미쳤어~ 정말 미쳤어~ |
정치색 짙은 '독립 투쟁의 장' |
① 레알 마드리드-바르셀로나(스페인)
이견이 없다.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빅뱅은 전세계의 관심을 끈다.
'엘 클라시코'라는 별칭이 붙은 레알 마드리드-바르셀로나전은 단순히 축구 경기가 아니다. 독립 전쟁이다. 축구와 정치는 한 길을 갈 수 없지만 '엘 클라시코' 만큼은 의미가 다르다. 정치와 독립 투쟁의 장이다. 카탈루냐 지방의 중심 도시인 바르셀로나와 기득권을 가진 카스티야의 심장 레알 마드리드가 펼치는 축구 전쟁에는 정치적인 구호가 난무한다.
빈민가 - 부촌의 '빈부 대리전' |
② 보카 주니어스-리버 플레이트(아르헨티나)
유럽과 남미는 국제 축구의 양대 산맥이다. 유럽에 레알 마드리드-바르셀로나전이 있다면 남미에는 보카 주니어스-리버 플레이트전이 있다. 정치색으로 채색될 수도 있지만 둘의 만남은 빈부의 대리전이다.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에도 빈민가와 부촌이 있다. 보카는 부두 노동자인 이민자들이 주를 이룬 빈민가의 대표다. 반면 리버는 밤마다 춤을 즐기는 부자들의 클럽이다. 보카 주니어스-리버 플레이트전은 더비의 최고봉이라는 의미에서 '슈퍼 클라시코'라고도 부른다.
종교 문제 얽힌 '120년 맞짱' |
③ 셀틱-레인저스(스코틀랜드)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더비로 '올드 펌 더비'라 부른다. 종교 문제까지 결부돼 그라운드는 물론 관중석에서도 종종 싸움이 벌어지는 악명높은 더비다. 레인저스는 개신교, 셀틱은 가톨릭 팬이 많으며 라이벌의 역사는 자그마치 120년이 넘는다.
두 팀의 경기 양상은 매번 판에 박은 듯 똑같다. 그라운드에는 6~7장의 옐로카드가 난무하고 이후 퇴장이 속출한다.
아시아 - 유럽 '대륙 갈등' 상징 |
④ 갈라타사라이-페네르바체(터키)
드럼과 불꽃이 관중석을 수놓는다. 갈라타사라이와 페네르바체의 대결은 터키의 환희로 불리는 이스탄불 더비다. 계급의 투쟁이다. 중산층을 대변하는 갈라타사라이와 노동자의 클럽인 페네르바체의 맞대결은 상상을 초월한다. 특히 두 팀은 대륙간의 갈등도 내포돼 있다. 현재 터키는 UEFA(유럽축구연맹) 소속이지만 갈라타사라이는 유럽, 페네르바체는 아시아를 대변한다. 그라운드에서 벌어지는 선수들의 패싸움 때문에 징계가 끊이지 않을 정도로 혈전이 벌어진다.
서포터스 충돌 사망 사건까지 |
⑤ 아약스-페예노르트(네덜란드)
네덜란드 제1의 도시이자 부자 도시인 암스테르담의 아약스와 노동자가 주를 이루는 로테르담 페예노르트의 축구 전쟁이다. 두 팀이 경기를 벌이는 날이면 암스테르담과 로테르담의 거리가 적막에 휩싸인다. 두 도시의 모든 관심은 축구에 쏠린다.
양팀 서포터스의 충돌로 사망 사고가 날 정도다. 1997년 고속도로에서 집단 싸움이 벌어져 아약스의 한 팬이 사망했다. 이후 두 팀 팬들의 이동은 기차로 한정돼 있지만 역사에서도 종종 패싸움이 일어난다.
관중 난동 원조 … 좌 - 우익 대변 '빅뱅' |
⑥ 라치오-AS 로마(이탈리아)
로마 더비인 라치오와 AS 로마의 더비는 정치적인 요소가 저변에 깔려있다. 좌익을 대변하는 라치오와 우익의 AS 로마의 빅뱅이다.
더비 매치에는 양 팀 팬들이 승리를 위해 모금 활동까지 벌인다. 최근 이탈리아 세리에A는 관중 난동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 태동이 라치오-AS 로마전이다. 사망 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분데스리가 대표적 '색깔 대결' 유명 |
⑦ 샬케04-보루시아 도르트문트(독일)
샬케04와 이영표가 소속된 도르트문트는 독일 베스트팔렌 지방의 대표적인 클럽. 분데스리가에서 가장 열정적인 더비로 악명이 높다. 두 팀의 색깔도 선명하다. 샬케04가 기술 축구를 구사한다면 도르트문트는 전통적으로 조직력을 중시한다. 두 팀이 만나면 서로 헐뜯기 바쁘지만 매 경기 7만여명이 운집할 정도로 인기는 최고다.
아프리카 최강 이집트 축구의 자존심 |
⑧ 알 아흘리-자마렉(이집트)
아프라카 최고의 더비는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에서 벌어진다. 알 아흘리와 자마렉이 맞닥뜨리면 10만명이 모일 정도로 국가적인 축제다. 재미난 것은 알 아흘리는 정부가 운영하는 축구 조직이다. 아랍을 대변한다. 반면 자마렉은 사기업이다. 이 두 클럽 덕분에 이집트 축구는 아프리카 최강으로 자리잡았다. 경직된 사회 분위기 때문에 큰 충돌은 없다.
프리메라리가서 가장 폭력적인 매치 |
⑨ 레알 베티스-세비야(스페인)
레알 베티스와 세비야전은 안달루시아 지방의 더비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가장 폭력적인 매치다. 노조와 반노조의 싸움이기도 하다. 세비야가 노조를 대표하는 반면 레알 베티스는 노조를 반대하는 지주가 태동시킨 클럽이다. 1915년 시작된 둘의 더비에는 늘 경찰 병력이 동원된다. 그라운드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토트넘 감독에서 경질된 후안데 라모스 감독은 세비아 사령탑 시절, 베티스 팬이 던진 병에 머리를 맞고 기절한 적이 있다.
내전속에 휩싸인 아픈 상처의 역사 |
⑩ 파르티잔-레드 스타(세르비아)
화염이 진동하는 경기로 유명한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의 더비인 파르티잔-레드 스타전은 아픔이 있는 매치다. 유고슬라비아의 내전 끝에 세르비아가 독립했고, 두 클럽은 세르비아를 대표하는 클럽이다. 전쟁의 상흔이 남아 있는 것이 베오그라드 더비의 이색적인 풍경이다. 레드 스타가 지원군을 대표한다면, 파르티잔은 구 유고슬라비아 육군을 대변한다. 그래서 축구는 경기가 아니라 전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