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맘’리치씨가 아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치고 있다. 그녀는“시간도 많이 뺏기고 비 용도 만만치 않지만 아이들과 함께 운동을 즐긴다는 기쁨이 있다”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지난 10월 말 미국 캘리포니아주 다이아몬드바시의 판테라 공원. 금요일 오후 5시가 되자 아이들을 데리고 온 엄마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냈다. 엄마들은 아이들에게 축구화를 챙겨준 뒤 먹을거리를 챙겨 잔디밭으로 들어왔다.

축구장 서너 개 크기의 잔디밭에는 몇 개의 축구 교실이 열렸다.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10대 청소년 반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청소년들이 축구를 배웠다. 저녁 7시가 가까워오자 조명시설에 불이 들어왔다. 이제는 엄마들뿐 아니라 아빠들도 나와 자녀들의 연습을 지켜봤다.

중학 1년생 큰딸과 초등학교 4학년 둘째 딸, 그리고 초등학교 2학년 아들 등 세 자녀를 데리고 나온 '사커맘' 진 리치(42·Ritchie)씨는 축구화를 신고 자신의 자녀들이 속해 있는 3개 반을 차례로 돌며 아이들을 가르쳤다. "선수를 해 본 적도 없고 정식으로 코치수업을 받은 적도 없죠. 시에서 개설한 코치스쿨에서 공부한 걸 갖고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운동도 되고, 정말 재미있어요."

일본계 이민 2세인 그녀의 직업은 전자제품 판매사원. 하지만 일주일에 세 번은 축구코치로 변신해 아이들과 운동을 즐긴다. 매주 토요일엔 아이들을 데리고 클럽 대항 경기에 출전하기도 한다.

한국 교포인 에이미 리(39)씨도 둘째 아들 브랜든을 위해 축구교실에 왔다. 그녀는 "미국에서는 스포츠 활동을 소홀히 해서는 견뎌낼 수가 없다"고 말한다. "아이들은 클럽스포츠를 통해 친구를 사귀고, 부모들도 자연스럽게 지역사회에 적응하게 되죠. 또 아이들과 함께 운동하면서 생활 스포츠를 즐기는 효과도 있어요. 한국 엄마들은 아이들 공부가 걱정되지 않느냐고 물어보는데, 물론 공부도 중요하지만 여기 학교에서는 스포츠 활동 경력도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미국의 초등학교는 학교 운동부가 없다. 아이들은 대신 방과후 클럽활동을 통해 운동을 즐긴다. 축구의 경우 AYSO(American Youth Soccer Organization)가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갖고 있고, 야구는 지역별 리틀리그나 ABC(Americas baseball camp)에서 초등학교 학생들을 위한 클럽활동을 제공한다.

인디애나주 블루밍턴시에서 '스포츠플렉스'라는 스포츠클럽을 운영하는 폴 길라드(Gillard)씨는 "어릴 때부터 스포츠 활동을 배우면 룰을 지키는 습관이 몸에 배는 효과가 있다. 또 결과에 승복하게 되며, 협동심도 기를 수 있다. 그게 바로 스포츠의 효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