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문(佛門)에서 1년에 두 번 산사에 들어가 참선하는 것을 안거(安居)라고 한다. 음력 10월 16일부터 1월 15일까지를 동안거(冬安居), 음력 4월 16일부터 7월 15일까지를 하안거(夏安居)라 하는데, 그 기간이 90일이므로 구순(九旬) 안거라고도 한다. 안거는 원래 하안거에서 시작되었다.
고대 인도의 바라문교(婆羅門敎)에서 시작된 것을 불교에서 받아들였다. 하안거는 비가 내리는 우계(雨季) 때 시행되므로 '우안거(雨安居)'라고도 불리고 여름이므로 결하(結夏), 하좌(夏坐), 좌하(坐夏) 등으로도 불린다. 이 기간에는 곤충이나 개미 등이 많이 돌아다니고 초목들이 성장하는 때이므로 탁발에 나섰다가 혹 곤충이나 초목들을 밟아 그 성장을 저해할 것을 우려한 것도 하안거의 한 유래이다.
'장아함경(長阿含經)' 2권의 '유행경(遊行經)'이나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 39권에 불타(佛陀)가 제자들과 안거 수행한 행적이 기재되어 있다. '승가라찰소집경(僧伽羅刹所集經)' 하권에는 불타가 45년간 안거 수행한 지방이 열거되어 있다고 한다. 중국에는 흉노(匈奴)나 선비족(鮮卑族) 같은 북방 민족들이 명멸하는 16국시대(서기 304~ 439)에 인도에서 들어왔는데 '십송률(十誦律)'이나 '광률(廣律)'에 안거 수행방법이 자세히 실려 있다 한다. 당나라 때 마조(馬祖)선사가 창건한 총림율사(叢林律寺)가 안거수행을 중시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동안거는 시작할 때는 '결동(結冬)'이라고 부르고 끝나는 것을 '해동(解冬)'이라고 부른다. 조선 중기의 문신 이정구(李廷龜)의 '월사선생집(月沙先生集)'에는 송운(松雲)선사, 즉 임란 때의 의병장 유정(惟政)대사를 기리며, "이별한 후에는 지팡이 짚고 읊조리며 어디로 가셨는가/금강산 중향봉에서 동안거 중이겠지(別後吟 向何處/結冬應在衆香峯)"라는 시가 있다. 이런 참선의 전통이, 많은 현실적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한국 불교를 지탱하는 정신의 뿌리이다. 불황에 신음하는 사람들도 잠시 현실에서 벗어나 내가 누구인지 성찰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위기를 극복할 힘을 얻을 수도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