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가을, 장인의 혼(魂)이 담긴 전통 붓을 감상해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청주시 한국공예관은 23일까지 충북의 젊은 작가 기획초대전으로 전통 붓 장인 유필무(48)씨의 작품 전시회를 갖는다.
'유필무, 천개의 붓'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회에는 동물 털로 만든 모필(毛筆), 야생초 줄기 등을 재료로 한 초필(草筆), 칡뿌리로 만든 갈필(葛筆), 볏짚으로 만든 고필(稿筆), 억새 줄기로 봉(鋒) 등을 제작한 억새필 등 다양한 재료를 이용한 1000여 자루의 붓이 선보인다.
특히 초필은 사람 손으로 1만5000번을 두드려야 붓의 총이 만들어지는 고단한 작업과정을 거친다. 한 자루의 초필이 완성되기까지 무려 3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웬만한 붓쟁이들도 초필 작업을 꺼리고 동물 털을 주요 이용한다.
유씨는 16세 때 붓과 인연을 맺은 이후 30년이 넘도록 한 우물을 파고 있는 외곬 인생이다. 현재 청원군 문의면 마동리 폐교에서 회화, 조각 분야의 다른 작가들과 함께 창작공동체를 이뤄 작품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그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탁월한 기예를 바탕으로 국내 최고 수준의 전통 붓을 만들어낸다. 아이가 태어나 6개월 이전에 머리칼을 잘라 붓을 만드는 태모필을 상품화한 데 이어 최근에는 초필작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공예관은 이번 전시회에서 붓을 만드는 장인의 모습을 관람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창작과정을 담은 영상물을 상영하고 각종 소품도 전시할 예정이다.
한국공예관은 "철저한 장인정신으로 숨가쁘게 달려온 작가의 인생역정을 만날 수 있는 값진 기회"라고 말했다. ☎(043)268-0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