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원 탕진 후 병원 운영권 빼앗기고, 살인범 도피 도와줬다가 구속되고, 결국 이혼까지….

검찰이 불법 사채업자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한 치과의사가 조직폭력배를 등에 업은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려 썼다가 패가망신한 사실이 밝혀졌다.

7일 서울중앙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에 따르면 개업치과의 J(39)씨는 불법 사채업자 원모(36)씨로부터 돈을 빌렸다가 인생의 어두운 터널로 빠져들었다.

지난해 J씨는 3~4명의 투자자들을 모아 10억원을 주식에 투자했다. 하지만 해당 주가는 계속 떨어졌고, "돈을 돌려달라"는 투자자들의 압박에 시달렸다.

J씨는 고민 끝에 원씨로부터 5억5000만원을 빌렸다.

하지만 J씨는 원씨가 전국적으로 90개 조직에 소속된 320명의 조폭과 연계된 불법 사채업자라는 것을 몰랐다. J씨가 투자한 주식은 급기야 5000만원대로 곤두박질쳤고, 투자금은 물론 사채도 갚지 못할 지경이 됐다.

그러자 원씨는 지난 6월 J씨의 장인이 리스로 구입해 J씨에게 준 롤스로이스 팬텀 승용차(5억원 상당)를 빼앗아 2억5000만원에 팔고, 병원 운영권까지 빼앗아 월 수입 3000만원을 고스란히 가져갔다. J씨는 또 82.5㎡(25평형)의 아파트(3억5000만원 상당)를 원씨에게 담보로 제공해야 했다.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J씨에게 투자한 한 투자자가 '가락동파' 조직원으로 행세하는 조모씨를 내세워 "손실을 보전하라"는 또 다른 협박을 가해왔다. 이에 J씨는 조폭으로 맞대응하겠다며 해남십계파 두목 박사문씨를 소개받아 해결을 부탁하는 과정에서 박씨와 친분을 쌓게 됐다.

하지만 박씨는 지난 9월 서울 신사동 노상에서 평소 불편한 관계에 있던 조폭을 흉기로 살해한 후 J씨에게 찾아와 "도망갈 테니 차량을 달라"고 요구했고, J씨는 이를 거절하지 못했다. 결국 J씨는 범인도피 혐의로 구속기소됐고, J씨의 아내는 이혼을 요구해 두 사람은 헤어졌다. 박씨는 공개수배된 채 여전히 도피 중이다.

검찰은 최근 원씨를 구속했다. 원씨는 335회에 걸쳐 107억원을 연 60~120%라는 법정한도(연 49%)를 초과한 고리(高利)로 대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원씨는 채무자에게 마약을 투약시키거나 재떨이·뚝배기 그릇·술병 등을 이용해 때린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원씨가 조폭들에게 영치금을 넣어주거나 조폭이 사망했을 때 채무자를 데리고 문상을 가서 위력을 과시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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