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월5동 가로공원 길에 나란히 자리한 세 개의 고물상엔 수천 가지 물건들이 가득하다. 고장난 밥솥, 유행 지난 헌 옷, 구식 라디오…, 물건 값도 천차만별이어서 단돈 몇 백 원짜리부터 몇 십만 원짜리까지 볼 수 있다.

이런 고물들을 주워오는 사람들에게도 물건들만큼이나 다양한 사연이 있기 마련이다. KBS 1TV '다큐멘터리 3일'이 1일 밤 10시10분 '인생 만물상―신월동 고물상 72시간'편에서 고물상에 드나드는 사람들의 다양한 표정을 사흘 동안 포착했다.

굽은 허리로 고물을 수거하는 안막내 할머니. 그녀는 언어 장애와 청각 장애를 지닌 두 아들을 대신해 18년째 고물 줍기로 살림을 꾸려 왔다. 하루 종일 고물을 주워봐도 할머니의 하루벌이는 2500원이 고작이다. 먹을 게 없어 저녁식사를 설탕물 한 그릇으로 때우고 나온 할머니는 고물상에서 얻은 요구르트를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탈탈 털어 마신다.

고물상 '투잡족'도 있다. 아침·저녁에는 고물을 줍고, 낮에 장사하는 아주머니부터 페인트공으로 일하면서 오토바이로 고물을 모으러 다니는 아저씨 등 사연도 다양하다.

고물상의 '신입사원'도 만났다. 이제 갓 서른 살이 된 홍근표씨는 "땀 흘린 만큼 벌 수 있어서 고물상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직업에 청춘을 걸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