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 빨리빨리."
15일 오후 전남 광양의 송죽 유소년축구장. 외국인 코치가 초등학생 20여명에게 한국말로 훈련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학생들의 반응은 자연스러웠다. 축구공을 장난감 다루듯 발로 툭툭 차며 "오케이, 오케이"라고 말했다.
프로축구팀 '전남 드래곤즈'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무엇일까. 박항서 감독, '골 넣는 수비수' 곽태휘 등 프로팀의 주역들이 머릿속에 떠오르지만 전남 관계자들은 다르다. 이들이 말하는 전남의 자랑은 유망주를 발굴하는 '전남 유소년 축구클럽 시스템'이다.
전남은 초등학교(U-12)부터 중학교(U-15), 고등학교(U-18)까지 축구선수를 단계별로 양성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국내에서 초·중·고 유소년클럽을 모두 갖춘 프로팀은 전남과 포항뿐. 이날 아이들과 함께 훈련을 진행한 외국인은 브라질 여자 축구대표 감독을 역임한 루이스(브라질) 코치였다. 전남이 유소년클럽 투자를 강화하면서 지난달 영입했다.
전남은 연계육성 시스템에 '공부 프로그램'을 더해 한 단계 앞선 시스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훈련은 학교 수업을 모두 마친 오후 3시부터 매일 약 2시간씩 진행된다. 훈련이 끝난 후 원어민 강사가 진행하는 영어수업과 한자수업, 인성교육이 일주일에 4회 진행되고, 성적이 우수한 선수에겐 노트북 컴퓨터 등을 시상한다. 전남의 정구호 운영팀장은 "국내에서 초·중·고·프로로 연결되는 시스템에 학습 프로그램까지 제대로 갖춘 프로팀은 전남뿐"이라고 말했다.
전남이 유소년클럽 육성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2003년 1월. 구단 모기업인 포스코의 교육재단 산하에 있는 광양제철남초·광양제철중·광양제철고와 협약을 맺어 학교 축구부의 선수선발과 훈련을 맡았다. 전남이 선수들의 훈련 및 경기에 필요한 모든 용품과 숙식을 제공하는 것은 이미 유명하다. 초·중·고 각 축구팀마다 30여명의 선수들이 있고 이들은 전남 프로선수들과 같은 숙소를 쓴다.
전남의 투자는 하나 둘 결실을 맺고 있다. 지난 18일 AFC(아시아축구연맹) 16세 이하 선수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한국대표팀 선수 23명 중 전남 소속이 4명(김태성·오세령·이종호·김동민)으로 가장 많다. 이규로(20)와 김진현(21), 최경복(20), 유지노(19) 등의 전남 유소년 출신 선수들은 전남 1군에서 뛰고 있다. 전남은 10년 후엔 소속팀 선수 약 80%를 전남 유소년클럽 출신 선수로 충당한다는 복안. 김영훈 전남 단장은 "프로를 넘어 국가대표로 뛸 수 있는 선수들도 배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유소년 축구 발전을 위해 앞장서 투자하고 있는 전남에겐 조선일보가 제정한 윈저 어워즈 상패와 상금 100만원이 주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