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으로 이민 간 사람들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면 가장 먼저 받는 질문이 '너희 나라 사람들은 어떻게 이민 왔냐?'라는 거예요.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니까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개 잘 대답을 못해요. 미국 이민에 대해 체계적으로 정리된 자료가 드물거든요."

한 재미 교포가 우리나라 사람들의 초기 미국 이민사를 정리한 책을 펴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살고 있는 김영란(53·사진)씨. 미국 산호세와 한국 파주, 두 군데에 거점을 두고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는 그는 이달 초 자신의 한국 출판사 북산책에서 '하룻밤에 읽는 미국 첫 이민 이야기'를 출간했다. 1903년 미국으로 첫 이민을 떠난 하와이 노동 이민자들의 이야기부터, 이민자들을 이끌었던 서재필·이승만·박용만에 대한 소개, '사진 결혼'을 통해 미국으로 건너간 여성 이민자들의 신산(辛酸)한 삶까지 초기 미국 이민자들의 다양한 면면을 담았다. "2003년 '미국 이민 100년사'의 전반부를 쓸 기회가 주어졌어요. 책을 쓰면서 미국 이민사가 곧 우리 민족의 독립운동사와 같다는 걸 알게 됐지요. 미국 이민자들은 일제 치하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귀국하려 했던 사람들이었어요. 농사지어 번 돈을 독립자금으로 상해 임시정부에 보내곤 했어요. 이 분들의 행적이 묻혀진다는 게 아쉬워서 이번에 책으로 내게 됐어요."

지난 1978년 가족들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는 김씨는 "앞으로 6.25 때 미군(美軍)들과 결혼해 미국으로 건너간 여성들의 삶을 다룬 이야기를 쓰고 싶다"면서 "재미교포 2세들이 우리 이민사를 이해하고 민족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기를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