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문동 지하철 1호선 외대앞역에 붙어 있는 철길 건널목은 전국 어느 철길 건널목보다 위험하다고 악명이 높았다. 분 단위로 드나드는 열 칸짜리 전철, 거기에 육중한 기관차를 앞세워 한 시간에 한 대꼴로 굉음을 내며 지나가는 경춘선 무궁화호 기차가 같이 다니는 철길을 버스·택시·자가용은 물론 보행자까지 가로질러 왔다. 언제 대형 사고가 터질지 모르는 위험천만한 건널목이었다.
'폭탄 뇌관' 같았던 이 건널목이 비로소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동대문구가 2005년 11월 짓기 시작한 '외대앞역 지하차도'가 마침내 완공돼 지난 7일 임시 개통됐다. 외국어대 쪽과 휘경동 쪽을 잇는 '휘경로' 이용 차량들이 철길 차단기에 멈춰서지 않고 시원스레 내달릴 수 있는 땅밑 길이 열린 것이다.
이 건널목은 입체화가 시급한 실정이었는데도, 건립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1993년 설계가 끝나고 예산이 확보됐지만, 차들이 지하로 다니게 될 경우 유동인구가 줄어 상권이 침체될 것을 걱정한 상인과 건물 주인들의 반대로 주민 의견 수렴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제껏 이 건널목에서 출·퇴근 시간대 차량 통행이 차단되는 시간이 1시간에 평균 46분이나 돼 교통정체가 심각했다. 일단 임시 개통됐지만, 부대 공사를 마무리한 뒤 정식 개통은 올 연말에 이뤄진다. 아직 보행자들을 위해 운영하고 있는 건널목 지하차도 윗부분은 조만간 녹지 공간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장기적으로 전철역과 직접 연결되는 보행자용 육교와 에스컬레이터·엘리베이터 등 편의시설도 고루 갖출 계획이라고 동대문구는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