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영·산업부 cya@chosun.com

올 봄 광우병 논란에 따른 촛불시위 사태를 촉발한 주범인 인터넷포털 '다음'이 8일 자사의 토론 게시판인 '아고라' 개선 방안을 내놓았다. "의미있는 공론장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개선안의 핵심은 극단적인 주장이나 일방적인 내용을 도배질해 다른 사람들의 토론 참여를 가로막는 문제점을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ID(아이디)당 하루에 쓸 수 있는 게시글 수를 20개로 제한하고 스팸·도배·저작권 침해 글에 대해 신고를 받는 '클린 천사 캠페인'도 벌이기로 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적어도 촛불시위 때처럼 10%의 네티즌들이 아고라 사이트 전체 게시글의 70% 이상을 장악하는 행태는 막을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한 꺼풀 벗겨 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우선 '다음'에서는 주민등록번호 하나로 아이디를 5개까지 만들 수 있다. 미니홈피로 유명한 싸이월드가 아이디를 1개만으로 제한한 것과 비교할 때, 이용자의 익명성이 훨씬 높은 셈이다. 게다가 인터넷상에 둥둥 떠다니는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하면 새 아이디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한 인터넷 전문가는 "복수 아이디를 허용하는 것은 결국 익명의 글을 부추겨 포털 접속량을 늘리겠다는 의도"라면서 "이번 조치는 한마디로 눈 가리고 아옹하는 식의 방안"이라고 꼬집었다.

'다음'의 얕은 수가 드러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2일 탤런트 최진실씨가 자살하자 '다음'은 나흘 동안 관련 언론사 뉴스에 대해 댓글 작성을 모두 차단했다. 그러나 아고라 게시판과 블로그 뉴스 코너에서는 마음껏 댓글달기를 허용했다. 공신력 있는 언론사들의 뉴스에는 댓글을 못 달게 하고, 자신들이 운영하는 게시판에서는 이를 자유롭게 푼 것이다. '다음'의 진정성을 볼 수 있는 날은 과연 언제일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