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을 앞둔 김시은(여·19)씨는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는다. 뒷목이 뻐근하고 어지러운 탓이다.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넘겼지만 요즘 들어 증상이 더 심해졌다. 앉아 있다가 일어나기만 해도 눈앞이 어질어질할 정도. 특히 오후가 되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머리가 아프다. 김씨는 “수능이 코앞으로 다가오니 마음이 불안해서 그런 것 같다”며 “참고 버텨보지만 공부에 집중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어지럼증은 일상생활 속에서 짧게는 몇 분, 길게는 몇 시간까지 지속된다. 개인의 감정이나 특별한 환경 탓에 생기기도 하지만 원인을 알 수 없을 때가 많다. 문제는 어지럼증이 중풍과 같은 질환의 전초 증상일 수도 있다는 것. 또한 오장육부나 자율신경계에 이상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전문의들은 자주 어지럼증을 느낀다면 반드시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어지럼증은 앉았다 일어나거나 갑자기 움직일 때 나타나는 현기증(dizziness)과 자신의 주위로 물체가 빙빙 돌아가는 느낌의 현훈(vertigo)으로 나뉜다. 한의학에서 머리는 '인체의 모든 양기가 모이는 곳'이라는 뜻으로 '두자제양지회(頭者諸陽之會)'라는 말이 있다. 즉 어지럼증은 머리 쪽으로 향하는 양기(陽氣)의 흐름에 문제가 생겨서 나타나는 증상인 것이다. 좀 더 구체적인 이유는 자율신경계의 균형이 깨어지면서 신진대사와 오장육부의 기능은 약해지고 뇌 속 혈액의 흐름에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인체의 감각과 평형을 조절하는 '기혈순환'에 장애가 오면서 어지럼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따라서 어지럼증 치료는 대부분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 조화를 이루는 데 초점을 맞춘다. 기(氣)와 혈(血)의 순환이 원활하도록 돕는 것은 기본이다.

생각과 느낌 비스타한의원 조재경 원장은 “어지럼증은 만성피로증후군, 두통, 공황장애와 더불어 현대인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질환”이라면서 “환자들 중에는 원인도 모른 채 어지럼증으로 수십 년 동안 고통 받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환자를 사상의학(태양·태음·소양·소음)에 따라 분류한 다음 경락기능검사, 사상체질설문검사, 뇌혈류검사를 실시하면 어지럼증의 원인을 밝힐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생각과느낌 비스타 한의원 조재경 원장이 어지럼증 환자를 검사하고 있다.

경락기능검사는 환자가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방법이다. 이와 더불어 심장박동이 얼마나 규칙적으로 뛰는지, 몸 전체 에너지의 균형이 맞는지, 혈관이 튼튼하고 탄력 있는지, 자율신경계에 문제가 없는지 등을 검사한다. 또한 사상체질설문검사를 통해 평소에 불편을 느끼는 부분을 체크한다. 이 검사에서는 환자의 평상시 감정 상태와 함께 불면증은 없는지, 식사 후 소화를 하는 데 문제는 없는지 등을 살핀다. 환자의 체질 진단을 폭넓게 실시하는 것이다. 뇌혈류검사도 중요한 과정이다. 뇌로 공급되는 혈액의 흐름이 건강한 상태인지 파악하기 위해 혈액의 양이나 혈액이 흐르는 속도 등을 확인한다.

조재경 원장은 사상의학에 따라 어지럼증의 증상과 원인이 달라진다고 말한다. “우리나라에 거의 없는 태양인을 제외하고, 소양인은 화(火)가 머리 쪽으로 치밀어 올라 갈증과 열이 심해져서 어지럼증이 나타납니다. 태음인은 탁하고 습한 기운 때문에 가슴이 두근거리고 울렁거리는 경우가 대부분이고요. 소음인은 허약한 체질이 어지럼증의 원인이 됩니다.”

그러나 모든 어지럼증 환자의 기본적인 치료는 전반적인 몸 상태를 개선해 주는 데 있다고 한다. 대개 개인별 맞춤 탕약과 환약을 처방하는데, 탕약은 흡수가 빠르고 효과가 신속한 약재가 주를 이룬다. 또한 몸 전체의 균형을 유지하고 자율신경계를 조절하는 데에도 중점을 둔다. 환약은 ‘활혈거어(活血祛瘀·뇌의 혈행을 도와 어혈을 제거해 준다는 뜻)’를 돕는 침향, 사향, 도인, 홍화, 황금 등을 주재료로 사용한다.

약을 처방한 다음에는 뇌의 기혈 순환이 원활해지는 ‘두개뇌압조절침법’을 시술한다. 머리에 있는 백회혈, 태양혈, 풍지혈 등의 혈자리에 침을 놓는 것이다. 근막이나 근육을 자극해서 뇌혈관에 뭉친 어혈을 풀어주고 혈액의 흐름을 원활하게 만들어 뇌압을 떨어뜨리는 작용을 한다.

한편 소화기질환이나 과민성대장증후군이 있어 어지럼증을 느끼는 환자에게는 ‘원적외선 온열 도자기 뜸’을 시술한다. 따뜻한 뜸은 소화기를 자극하고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맞추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원적외선 온열 도자기 뜸은 안정감을 주기 때문에 어지럼증 개선에 효과적이다. 이밖에도 환자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 체질별 향기요법인 ‘아로마요법’을 병행한다. 아울러 뇌의 원활한 혈액 공급을 방해해 어지럼증을 유발할 수 있는 기름진 음식을 줄이는 등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어지럼증의 종류와 증상

담음    체내의 수액(水液)이 원활하게 돌지 않아 나타나는 어지럼증. 가슴이 두근거리고 구토가 심하며 머리가 무거워 들기조차 힘들다.

기훈    과로나 스트레스로 힘이 없고 현기증이 나는 증상. 목이 답답하고 눈 주위에 통증이 있어 심할 경우 눈을 깜빡일 때도 아프다.

풍(風)   몸에 바람이 들어 있는 상태. 갑자기 몸에 열이 나면서 땀이 흐른다. 몸이 으슬으슬할 정도의 추위를 느끼면서 어지럽다.

습(濕)   몸 속 기혈(氣血) 순환의 장애로 코가 막히고 목이 잠긴다. 머리에 무거운 돌이 얹혀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허(虛)   몸이 허약해져서 생기는 어지럼증.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 심하게 어지럽다가 시간이 흐르면 안정된다.

열(熱)   몸 속에 열이 정체돼 생긴 어지럼증. 물을 마셔도 이내 갈증을 느끼고 가슴이 답답하다. 상체 부분으로 뜨거운 기운이 올라오는 기분이 든다.

조재경 생각과 느낌 비스타한의원 원장

“정확한 원인 찾아내는 것이 치료 첫걸음
  방치 땐 집중력 장애·만성피로 등 부작용”

“두통이나 만성피로, 어지럼증은 바쁜 직장인들에게 흔히 나타나지만 그냥 지나치기 쉬운 질병입니다. 매일 경쟁하듯 공부하는 학생들도 마찬가지고요. 특히 어지럼증은 뚜렷한 원인을 몰라 치료 방법도 불투명하게 마련입니다. 이유도 모른 채 매일 어지럼증에 시달리는 환자들을 보면 삶이 곧 질병이 되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됩니다.”

'뇌의학 임상연구소'를 설립해 한의학을 연구하고 임상시험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는 생각과 느낌 비스타한의원의 조재경 원장은 "어지럼증은 검사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야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어지럼증은 뇌로 공급되는 혈액의 흐름이 불안정할 때 주로 나타납니다. 어지럼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기(氣)와 혈(血)의 원활한 순환이 우선돼야 하는 것이죠. 뿐만 아니라 지나친 스트레스와 과로로 인해 어지러운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고 뇌의 평형을 담당하는 기관에 문제가 생겨 어지럽기도 합니다. 이외에도 어지럼증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무엇보다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부조화를 올바르게 잡아주는 것이 어지럼증 치료의 기본입니다."

조재경 원장은 “어지럼증 환자 10명 중 1명은 만성 어지럼증으로 진행되기도 한다”면서 “증상이 수년 동안 이어질 경우 집중력 장애, 만성피로, 이명 현상 등 다양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 원장은 “어지럼증은 방치하지 말고 자신에게 적합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면서 “단전호흡이나 명상, 음악감상, 유산소운동 등을 꾸준히 하면 스트레스도 풀고 어지럼증 치료의 효과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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