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산상고 골프대회에 참석, 동문 200여명과 4시간30분가량 라운딩을 가진 데 소요된 비용은 약 4200만원에 이른다. 이 라운딩을 위해 이 시각 일반 회원들로부터의 예약은 받을 수 없었다. 이로 인해 '황제 골프' 아니냐는 논란도 일고 있다.

재경 부산상고 동문 골프대회가 열린 것은 지난 9월 28일 일요일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부산상고 후배이자 후원자로 알려진 문병욱 썬앤문그룹 회장이 소유한 양평TPC 골프장에서 동문들과 함께 골프를 쳤다. 문 회장은 2002년 대선 때 노 전 대통령 측에 불법 대선자금을 준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동문회 측은 이날 오후 27홀로 이뤄진 골프장 전체를 빌려 골프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라운딩은 200여명의 참가자를 53개조로 나눠 동시에 게임을 치르는 이른바 ‘샷건 방식’으로 진행됐다. ‘샷건 방식’이란 순차적으로 한 팀씩 게임을 진행하는 통상적 경기와 달리, 전체 27개 홀에서 일제히 티업을 하는 특이한 게임 방식을 말한다. 이로 인해 이 골프장 회원들은 오후에 라운딩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행사 관계자는 “일반인들은 그날 오전에 (골프를) 쳤고, 부산상고는 오후에 쳤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한 홀당 2개팀씩 총 53개팀이 배치돼, 18홀을 도는 샷건 방식으로 경기를 치렀다”며 “4시간30분가량 게임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양평 TPC골프장의 클럽하우스.

이날 경비는 총 4200만원가량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골프장 관계자는 “동문 참가자들이 갹출해 지불했다”면서도 (골프장 소유주인) 문병욱 회장의 지원 여부에 대해 “당연히 지원을 했을 것”이라며 “부산상고 동문 자격으로 후원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골프장의 문병동 본부장은 소요 경비에 대해 “그린피, 카트비, 캐디피를 합쳐 1인당 21만원꼴이니, 총 4200만원가량 들었다”면서 “문병욱 회장은 장소만 제공했을 뿐 후원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골프에 대해 “불우이웃돕기성금 모금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골프장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11시가 약간 지나서였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오찬을 마치고 오후 2시경 문병욱 썬앤문 그룹 회장, 윤광웅 전 국방부 장관, 김성일 부산상고 동문회장과 한 조를 이뤄 골프를 쳤다. 노 전 대통령은 “동문회 발전을 위해 노력하자”는 내용의 격려 인사를 했을 뿐 특별한 정치적 발언은 없었다고 한다.

라운딩을 마친 노 전 대통령은 클럽하우스 식당에서 경품 추첨, 시상식 등의 행사를 마치고 충북 충주로 이동해 하룻밤을 묵은 뒤, 다음날 아침 후원자인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소유인 시그너스 골프장에서 강 회장과 골프를 친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 양평TPC 골프장 안의 골프텔에서 하루를 묵을 계획이었지만, 장소가 협소한 데다 경호상 문제도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시그너스 골프장으로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시그너스 골프장에선 지난 9월 6일 강 회장의 장남과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장녀가 결혼식을 올린 바 있고, 주례는 노 전 대통령이 맡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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