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벨바그의 여신'으로 불리는 안나 카리나는 3일 기자회견에서“부산이 무척 아름답다. 최고의 작품을 선정하겠다”고 말했다.

'누벨바그의 여신(女神)'으로 불리는 프랑스 여배우 안나 카리나(Karina·68)가 한국에 왔다.

제13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New Currents)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그녀는 3일 부산 그랜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한국을 첫 방문한 소감은 "유리창 밖으로 산과 바다 그리고 태양을 한꺼번에 만나는 해운대의 풍경이 참으로 아름답다"는 것이었다.

덴마크에서 태어나 열여덟 살에 프랑스 파리로 건너온 이 배우는 1960년대 초반 장 뤽 고다르, 파스빈더, 자크 리베트 등 당대의 영화 거장들과 활동하면서 당시 유럽의 혁명적 영화운동이었던 누벨바그(Nouvelle vague·새로운 물결)의 대표 배우가 됐다. '여자는 여자다'(1961)로 베를린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비브르 사비'(1962) 등 80여 편의 작품으로 대중의 스타가 됐다.

그녀는 "여신이란 호칭은 너무 과분하다"면서도 "그런 거창한 표현보다는 단지 지금도 열여섯, 열일곱 가량의 젊은이들이 길거리에서 오래 전 내 영화를 기억해 준다는 사실이 감사할 뿐"이라고 했다.

안나 카리나는 누벨바그의 기수였던 장 뤽 고다르와의 로맨스로도 유명하다. 코코 샤넬, 피에르 가르뎅의 눈에 들어 배우보다 모델 생활을 먼저 시작했던 카리나에게 열 살 위였던 고다르가 한눈에 매혹된 것. 고다르는 대표작 '네 멋대로 해라'(1959)에 출연을 제의했지만 보기 좋게 거절당한다. 누드로 연기해야 했던 역할에 대해 아직 법적 미성년이었던 카리나가 "옷 벗고 싶지 않은데요"라며 단칼에 거부했던 것. 하지만 이 커플은 1년 뒤인 1960년 결혼했고, 1964년 이혼할 때까지 영화와 사랑을 함께 했다. 카리나는 "지금도 고다르에게 감사하고 있다"면서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내가 받은 칭찬은 모두 고다르 덕분"이라고 고마워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문 심사위원장으로서 그녀의 역할은 다른 3명의 심사위원(산토시 시반 영화감독, 이화시 배우, 칼 바움가르트너 제작자)과 함께 후보에 오른 총 14편 중 2편의 작품을 골라내는 것. 아시아의 재능 있는 신인 감독을 발굴하고 격려한다는 취지로 각각 3만 달러(약 3600만원)의 상금을 수여한다. 공교롭게도 과거 유럽 '새로운 물결'의 아이콘이 현재 아시아 '새로운 물결'을 선택하고 지지하게 된 셈이다. 그녀는 선글라스를 위로 올린 뒤 "영광이다. 최선을 다해 심사하겠다"며 살짝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