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패션 잡지 '엘르'의 편집장이었던 장 도미니크 보비. 갑작스럽게 쓰러진 뒤 3주 만에 눈을 떴지만 몸은 이미 의지와 어긋나버린 상태였다. 왼쪽 눈을 깜빡이는 것을 제외하고 그는 움직일 수도 말을 할 수도 없었다. 절망적인 상황. 하지만 그는 웃음으로 세상을 응시한다. 왼쪽 눈을 깜빡이는 방법으로 15개월 동안 자신의 삶을 기록한 책을 썼다. 20만 번의 움직임 끝에 작성한 그의 글엔 유머와 풍자가 가득하다.

영화보다 더 극적인 실화를 스크린에 옮겨놓은 '잠수종과 나비'는 텍스트에 충실하지만 단지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화가로서도 명성을 날린 줄리앙 슈나벨 감독은 두 명의 보비를 화면에 담아 의식의 흐름을 새롭게 그려냈다. 현실 속 그는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는 상태. 상상 속 보비는 나비처럼 자유롭다.

감독은 또 불편한 몸의 보비를 응시하는 대신 보비의 눈이 되는 방법을 택했다. 그가 눈을 깜빡이면 화면도 동시에 어두워진다. 그의 의지가 유일하게 반영되는 왼쪽 눈은 보비의 의식이자 세계관이다. 관객은 어느덧 보비가 된다. 보비를 연기한 마티유 아멜릭의 흡인력도 상당하다. 2007년 칸 영화제 감독상, 2008 골든 글로브 감독상과 외국어 영화상을 받았다. Le Scaphandre Et Le Papillon. 2007년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