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실질적 사형폐지국'로 분류되고 있는 가운데 사형제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이 접수돼 헌법재판소 판단이 주목된다.
한국은 1997년 12월30일 사형수 23명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이후 여태껏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다. 국제 인권단체 앰네스티는 10년간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국가를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간주한다.
헌재는 '보성 연쇄살인 사건' 1심 공판에서 사형이 선고된 어부 오모씨(70)의 변호인인 방모 변호사(64·광주로펌)가 낸 신청을 받아들여 광주고법이 "사형과 무기징역형 사이의 대체 형벌을 마련해야 한다"며 제청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이 접수됐다고 3일 밝혔다.
광주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이한주)는 지난 달 17일 "사형은 사형수의 인간적 존엄과 가치를 침해함은 물론, 법 규정에 따라 사형을 선고해야 하는 법관, 양심에 반해 사형 집행에 관여해야 하는 사람들의 양심의 자유도 침해하며, 법관의 오판이 나올 경우 원상회복이 불가능하는 등 기본권 과잉제한 논란이 다분하다"며 위헌법률 심판을 제청했다.
당시 법원의 결정은 사형제 폐지 논란을 둘러싼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 하나의 단초로 받아들여졌다. 이번 결정으로 오씨에 대한 소송절차는 헌재의 결정이 있을 때까지 잠정중단되지만 오씨는 위헌 심판과는 별개로 수감생활을 계속하게 된다.
재판부가 밝힌 위헌심판 대상 법조항은 오씨에게 직·간접적으로 적용되는 형법 제41조 중 사형, 징역의 부분, 무기금고·유기징역·유기금고를 제외한 형법 제42조, 형법 제72조 1항, 형법 250조 제1항, 성폭력 처벌법 제10조 1항 등 모두 5개 조항이다.
재판부는 그러나 "현행 국내법 체계 아래에서는 사형과 무기징역 사이에 범죄와 형벌의 균형을 상실할 정도로 많은 간극이 존재해 대체 형벌에 대한 아무런 고려없이 사형을 폐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가석방이 가능하고 작량 감경 등이 적용되기 쉬워 결국 유기징역과 다를 바 없는 무기징역형 보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대안이 될 수 있다"며 헌법적 판단을 구했다.
이에따라 사형제 존폐에 관한 헌법적 판단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헌재는 1996년 사형제에 대해 "범죄 예방적 효과가 있다"며 합헌 결정을 내렸지만 사형제가 존치될 경우 범죄인이 자신의 생명이 박탈될 것을 예상하고 더욱 흉포한 범죄를 저지를 수 있어 형벌로서의 사형의 예방적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는 폐지론자들의 주장도 충분히 감안할 것으로 보인다.
오씨는 지난해 8월31일 보성으로 여행 온 대학생 남녀를 자신의 배에 태운 뒤 여성을 성추행하기 위해 먼저 남성을 바다로 밀어 숨지게한 뒤 저항하는 여성도 바다로 밀어 사망케 했고, 같은 해 9월25일에도 자신의 배에 탄 20대 직장여성 2명을 같은 방법으로 살해해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한편 우리나라는 1995년 11월2일 19명, 1997년 12월30일 23명에 대한 사형을 집행한 이래 10년이 지나도록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으며, 현재 사형 미집행자수는 58명에 이른다.
국제인권단체는 10년간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 국가를 사형폐지국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지난해 12월30일부터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돼 있다. 앰네스티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현재 완전 사형폐지국은 102개국, 사실상 사형폐지국은 31개국, 사형존치국은 64개국에 달한다.
법무부는 지난 해 12월 대통령 임기말 특별사면을 단행하면서 사형수 6명을 무기수로 감형했다. 사형수에 대한 정권 차원의 특별감형은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9년 8.15 특사 때 모범 사형수 5명과 2002년 12월 4명에 이어 3번째다. 이번 조치로 우리나라는 전세계 195개국 가운데 134번째로 사형제를 폐지했거나 사형 집행을 하지 않은 '실질적 사형폐지국' 반열에 올랐다.
사형폐지법안은 1999년 의원 91명을 대표해 유재건 의원이 처음 발의했고, 2001년, 2005년에도 대표발의됐으며, 최근에는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이 '사형 폐지 특별법'을 대표 발의하면서 감형이 불가능한 종신 징역형을 대체 형벌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