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멜라민이 함유된 중국산 식품으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정작 가장 싸구려 중국산을 주로 수입하는 북한에서는 피해소식이 없다. 북한은 안전할까? 최근 입국한 탈북자들은 멜라민이 잔뜩 든 중국산 식품으로 북한도 큰 피해를 입었지만 당국의 통제로 소비자들의 입이 봉쇄됐다고 전했다.
최근 입국한 평양 출신 여성은 "최근 수년간 평양 등 주요 도시에 10~20㎏짜리 중국산 저가 분유가 대량 유통됐다"고 했다. 그는 "주로 서민들이 많이 소비한 이 분유로 인해 평양과 함흥에서 아기들의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며 "북한 부유층은 아예 중국산 분유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런데도 서민들이 중국산 분유를 아기들에게 먹이는 것은 그나마 없으면 아예 아기를 굶겨 죽여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분유 외에 중국산 의약품으로 인한 피해도 급증하고 있다. 유통기한 지난 항생제와 검증 안 된 의약품들이 시장에 대량 유통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의주 출신의 탈북자는 "중국산 항생제를 맞고 부작용에 시달리거나 목숨을 잃는 사례가 많아 중국산 의약품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중국산 의약품을 겁내자 최근에는 유엔 등 외국 지원 의약품인 것처럼 둔갑해 시장에 유통되기도 한다.
의사 출신의 탈북자는 "의약품이 절대 부족한 북한에서 중국산을 믿지 못하는 간부들과 부유층은 서방국가에서 지원된 의약품을 가장 선호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민들은 대외지원 각종 의약품들을 간부들이 독차지하기 때문에 구경조차 할 수 없다.
지난 10년간 남한에서 들어간 의약품과 식료품, 구호물자도 이미 간부들이 독차지했다. 대남공작부서의 탈북자는 "남한의 구호물자는 노동당 통일전선부에서 관리돼 특권계층이 소비하거나 장사밑천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쌀도 군부용을 빼고 남은 것은 각 기관별 무역회사에 되파는 형식으로 시장에서 소비된다. "남한 것을 먹고 죽거나 아픈 사람은 없었다"는 소문이 북한 내부에 퍼지면서 한국산에 대한 고위층이나 부유층의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북한 주민들이 중국산 제품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해외 무역권을 독점한 주요기관의 부정부패가 원인이다. 북한은 2000년 초부터 국경통제가 강화돼 민간인들이 중국산 물품을 수입할 수 없게 됐다. 그 이전에는 중국산 밀수가 민간주도로 이뤄져 품질을 어느 정도 보장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대중(對中)무역권을 국가기관들이 독점하면서 가격담합까지 벌이는 것도 모자라 싸구려 제품을 고가로 둔갑시키거나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과 의약품을 대량 유통시키고 있다.
중국 단둥(丹東)에서 북한과 무역하는 재중동포는 "북한 무역회사들이 유통기한 지난 제품들을 정가에서 40~50% 할인된 상태에서 재포장해 수입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