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18일 혈압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수법으로 군 입대를 기피한 혐의로 뮤직비디오 감독 겸 모델 쿨케이(본명 김도경·27)와 힙합그룹 허니 패밀리의 래퍼 디기리(본명 원신종·29) 등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연합뉴스 9월 18일 보도

모델 쿨케이와 래퍼 디기리는 2006년 인터넷에서 만난 브로커 오모씨(27)에게 현금 200만원을 주고 병역 기피 비법(秘法)을 전수받았다. 비법이라지만 방법은 간단했다. 아침부터 커피를 잔뜩 마시는 게 사전 준비의 끝이다. 심장 박동 수와 혈압을 올리기 위해서다.

입영 신체검사에서 이들은 혈압측정기에 넣은 팔뚝에 힘을 줬다. 항문 주변 괄약근(括約筋)에도 힘을 줬다. 커피 몇 잔과 화장실에서 힘을 쓰는 정도로만 힘을 줘도 혈압이 30~40mmHg정도 올라 '본태성(本態性) 고혈압'으로 판정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본태성 고혈압은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고혈압으로, 평생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 때문에 보통 군 면제나 공익근무(4급) 처분을 받는다. 손가락을 자르는 것도 아니고, 온몸에 문신을 하는 것도 아니면서 병역을 기피할 수 있는 이 방법에 쿨케이와 디기리는 푹 빠졌다.

하지만 병무청은 2007년 여름, 본태성 고혈압으로 인한 군 면제자가 2~3년 새 확 늘어난 사실에 주목하고 있었다. 그후 본태성 고혈압 판정을 받는 병역 대상자들을 관찰해 보니 이들이 필수적인 약물 치료를 받지 않아 온 사실을 알아냈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고 2007년 8월 브로커 오씨가 검거됐다. 오씨가 붙잡히면서 오씨에게 이 수법을 배워간 이들이 차례로 적발됐다. 쿨케이 등은 뒤늦게 붙잡힌 경우다. 이후 병무청은 징병검사에서 본태성 고혈압으로 판정되면 그 자리에서 추가 검사를 실시한다.

추가 검사 때는 몸에 힘을 주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윗옷을 벗긴다. 간호사가 옆에서 계속 말을 걸어 괄약근에 힘을 주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설령 이 추가검사까지 통과해도 몇 개월 후 다시 검사를 받는다. 병원에서의 진료기록도 제출해야 한다. 결국 쿨케이는 '한물간 수법'으로 군대를 안 가려다 '괄약케이'라는 별명만 얻게 됐다.

군 면제를 위한 부당한 시도는 계속돼 왔다. 브로커에게 돈을 주고 빠지려는 수법이 고전적이라면 최근에는 '몸을 이용하는 방식'이 많아졌다. 올 2월에는 축구선수 등 92명이 어깨를 일부러 뺀 후에 수술을 받아 병역을 면제 받으려다 적발됐다. 이들은 무거운 아령을 들고 아래로 세게 내려치거나, 의자를 잡고 몸을 뒤로 젖히는 방법으로 어깨를 탈구시켰다. 하지만 특정 병원에서 진료 받은 기록이 집중된 것을 의심한 병무청과 검찰의 추적으로 이들의 병역 면제는 모두 취소됐다. 이들에게 남은 것은 탈구 후유증, 수술비 청구서, '병역 기피자'란 불명예뿐이었다.

병역 기피자들이 도전하는 방법 중에는 '시력 훼손'도 있다. 80년대 유행했던 '어두운 곳에서 촛불 계속 보기'의 변형이다. 이것이 눈동자를 촬영하는 자동검안기 도입으로 불가능해지자 등장한 게 바로 '하드렌즈로 짝눈 만들기'라는 시력 훼손이다.

한쪽 눈에 도수가 안 맞는 하드렌즈를 끼워 각막에 자국을 남겨 양쪽 눈의 시력 차이가 크게 만드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 역시 각막지형도 검사에 의해서 적발된다. 시도해봤자 눈에 상처만 남는다.

그런가 하면 작년 5월에는 키 190㎝인 입영 대상자가 4급 기준인 196㎝를 만들려 머리를 젤로 세우고 그 속을 미술용 찰흙으로 채워오기도 했다. 그의 코미디같은 시도는 현장에서 곧장 적발됐다. 그는 병역법 위반으로 고발됐고 현역 복무 처분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