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수서경찰서는 18일 인터넷에 성매매 광고를 낸 뒤 연락해온 남성 수백 명과 돈을 받고 유사(類似)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여장 남성 홍모(32)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연합뉴스 9월 18일 )

홍씨는 어렸을 적부터 성 정체성으로 고민하다 10년 전 가슴 확대 수술을 받았다. 눈과 코도 성형수술을 통해 여자처럼 만들었다. 그의 몸에서 '칼'을 대지 않은 곳은 성기뿐이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그는 168㎝의 늘씬한 키에 50㎏의 섹시한 몸매를 지닌 '쉬메일(Shemale)'이 됐다. 쉬메일이란 생식기는 남자지만 가슴 등 부분 성 전환 수술을 한 사람을 말한다. 쉬메일이 된 후에도 그는 정기적으로 여성 호르몬 주사를 맞았다.

가슴께까지 내려오는 웨이브를 살짝 넣은 긴 머리에 풍만한 가슴, 큰 눈에 오뚝하게 솟은 콧날을 지닌 그를 본 경찰은 "처음 검거했을 때만 해도 홍씨가 여자인 줄 알았다"며 "목소리만 약간 허스키할 뿐 겉으로 보기엔 완벽한 여자였다"고 했다.

일정한 직업이 없던 홍씨는 3년 전인 2005년부터 서울 마포의 홍대 근처나 신촌에 있는 술집에 나가 돈을 벌었다. 이 술집들은 트랜스젠더들이 모이는 곳이었다. 여기서 그는 손님들과 말 상대를 해주고 가끔 '2차'를 나가 돈을 받고 성관계를 맺었다.

홍씨는 2005년 10월부터 아예 성매매에 전념하기로 했다. 인터넷 애인 대행 사이트인 P사이트 등에 '애인 대행 해드려여^^*'라는 제목의 광고를 올렸다. 성매매를 한다는 사실을 직접 밝히는 대신 자세한 건 문자로 설명하겠다고 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그때 부터 올 5월까지 광고를 보고 연락해온 남자가 수백 명에 달했다. 홍씨는 연락하는 남자들에게 자기 사진이 있는 블로그 주소를 문자 메시지로 알려줬다. 블로그에는 미니스커트 차림의 사진과 면티에 청바지 차림의 수수한 사진이 함께 게재돼 있었다.

홍씨는 블로그에 성관계 대가로 1~2시간은 20만원, 3~4시간이면 30만원이라고 명시했다. 홍씨는 남자들을 자신의 강남구 대치동 원룸으로 불러 성관계를 맺었다.

홍씨가 분명히 '쉬메일'이라고 밝혔지만 홍씨와 성관계를 맺은 남자는 340명이나 됐다. 직업도 다양했다. 의사, 중소기업 대표, 보습학원 원장, 공인중개사, 대학생, 회사원, 경비원, 방송 제작 프리랜서 등 20대 후반에서 50대 남성들이 망라됐다.

홍씨는 '고객 관리'에도 철저했다. 그는 자기 휴대전화에 'P사이트, 대치동 강사, (탤런트) 이정재 닮음, 가슴에 털' 등 고객들의 전화번호, 만나게 된 사이트, 직업, 신체적 특징, 성적 취향까지 자세히 기록해뒀다.

자기가 성적 흥분을 느낀 상대에 대해서는 따로 기록을 남겼다. 또 때때로 성관계를 맺은 남성들에게 '보고 싶어. 놀러와' 등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홍씨와 성관계를 맺은 340명 중 우선 경찰에 소환된 34명은 "호기심으로 홍씨를 만나게 됐다"고 진술했지만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홍씨와 5차례나 성관계를 맺은 IT업체 간부도 있었다.

그는 한때 묵비권을 행사하며 성관계를 부인했지만 홍씨가 대질신문에서 이를 확인해줬고 성매매 사실이 가족에게 알려지자 자포자기한 상태로 진술을 얼버무리고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홍씨를 불구속 기소하고 홍씨와 성관계를 맺은 나머지 306명도 소환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