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된 2008학년도 서울대 합격생 조사에서 합격생의 22%가 특목고 출신, 58%가 서울·수도권 소재 고교 출신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서울대 입시안을 꼼꼼히 살펴보면 지방의 일반계 고교 학생들에게도 기회는 얼마든지 많다. 서울대 지역균형선발, 특기자전형 등 수시전형이 점차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 특목고 출신이 아니더라도 고교 3년을 충실히 보낸 학생이라면 누구에게나 서울대 합격의 문은 활짝 열려 있다. 수시전형을 통해 당당히 서울대에 입성한 3인방의 합격기를 들어봤다.

(위부터)박인범 / 최우석

박인범(서울대 공과대학 산업공학과 1학년)

박인범(19·대전 충남고 졸)군은 자신이 서울대 수시 특기자전형에 지원했던 일을 "무모한 도전이었다"라고 평한다. 과학고 출신, 경시대회 수상자들이 주로 지원하는 공과대학 특기자 전형에 일반고 출신이 경시대회 실적도 없이 지원했기 때문이다. 박군은 3년 내내 1등급을 유지한 수학, 과학 내신 성적으로 지원했다. "고교 1학년 때 기술가정, 도덕 등의 내신 성적이 좋지 않아서 지역균형선발에는 이미 지원할 수 없는 상태였어요. 게다가 저는 논술에 약해서 논술을 치르는 정시에서는 합격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했죠. 이대로 서울대를 포기해야 하나 하던 차에 '특기자 전형'을 알게 됐어요. 한 번 도전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서울대 특기자 전형은 특별한 지원 자격을 명시해 놓지 않아 지원 폭이 매우 넓다. 인문계열의 경우, '학업능력이 우수하고 모집단위 관련 분야에 재능과 열정을 보인 자'로 규정돼 있어 학업능력우수자, 글쓰기 우수자, 외국어우수자 등 다양한 학생들이 지원할 수 있다. 자연계열은 수학 또는 과학 분야 학업능력이 우수한 학생으로, 수학 또는 과학교과 평균 석차등급이 2등급 이내인 자, 수학 또는 과학 분야 국제 올림피아드 참가자 또는 국내 올림피아드 입상자 등이 지원할 수 있다. 1차 서류전형에서 모집인원의 2~3배수를 뽑고, 2차에서는 1차 전형 100%+구술면접 100%로 최종 합격자를 가린다.

면접은 30분간 주어진 수학, 과학 문제를 풀고 면접관 앞에서 15분간 풀이법을 설명하는 형태였다. 박군의 면접은 순탄치 않았다. 큰 문제를 아예 잘못 이해하고 면접실에 들어간 것이다. 풀이법을 설명하다가 그 사실을 깨달은 박군은 그 자리에서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문제를 다시 풀었다. 15분이라는 시간제한 때문에 결국 뒤의 문제는 풀지 못했지만, 침착한 태도를 잃지 않았다. 그리고 이어진 과학문제도 잘 풀어낸 덕분에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박군은 고1 때부터 다른 과목보다 수학에 중점을 둬 공부했다. 1학년 때는 공부시간의 80%를 수학에 할애했다. 고1 말에는 수Ⅱ는 물론 미적분 선택과정까지 한번 훑어봤다. 고교 수학과정을 일찍 끝마친 만큼 2~3학년 때는 몇 번씩 반복·심화학습을 할 수 있었다. 박군은 수학을 어려워하는 후배들에게 "학교 진도에 따라가느라 급급해하지 말고, 자신이 모르는 과정을 찾아 복습하라"고 충고한다. 수학은 이전 과정을 알지 못하면 다음 과정을 풀 수 없는 과목이기 때문이다. 박군은 "사실 알면서도 귀찮고 시간이 없다고 생각해 이전 과정을 복습하지 않는 친구들이 많은데, 그러면 결국 3학년 때 후회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고3 10월, 박군은 수시 지원 때문에 마음이 들떠 거의 공부를 하지 못했다. 서울대와 ICU 두 곳에 지원했는데, 그 중 ICU는 면접 등 모든 전형을 잘 치렀다고 생각해 당연히 합격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수능 10일 전, ICU 낙방 소식이 날아왔다. 지금까지 믿어왔던 자신의 실력에 의심이 가기 시작해 자신감을 잃었다. 수능 공부보다 흔들리는 마음을 먼저 다잡아야 했다. 박군은 "수시는 가장 열심히 공부해야 할 때 진행돼 부담이 크다"며 "수시 지원은 대입의 끝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최우석(서울대 법과대학 법학부 1학년)

최우석(19·경북 순심고 졸)군은 고교 3년을 생각하면 '내신 전쟁'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가 지원한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은 학교장의 추천을 받아 각 고교당 최대 3명까지 지원할 수 있는 전형. 내신이 80% 이상 반영돼 당락을 결정짓는 중요 요소로 작용한다. 그만큼 3년간 내신 1등급을 유지하기 위한 상위권 학생들의 학습 열기가 뜨거웠다. 게다가 등급제로 바뀐 첫해여서 '전 과목 1등급이 아니면 서울대 못 간다'는 소문이 돌아 더욱 부담이 컸다. "시험에서 한 문제만 틀려도 바로 2등급으로 떨어졌어요. 그래서 공부를 철저히 하는 것은 물론 실수를 해서도 안 된다는 부담이 컸죠. 실제로 2학년 때 답안지 마킹을 잘못해 2등급이 나온 과목도 있어요. 그 후로 문제를 최대한 빨리 풀고 실수한 내용이 없는지 검토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어요."

최군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과목은 수학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식을 먼저 익히고 문제를 푸는 것과 달리 최군은 문제를 풀면서 공식을 외웠다. 문제를 풀기 전에 공식을 보면 이해가 잘 되지 않지만, 문제를 먼저 풀다 보면 '아, 이런 문제에서 이 공식을 쓰는구나'라는 감이 금세 잡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제집을 고를 때도 설명이 충실한 것보다는 문제가 많이 담긴 것을 골랐다. "친구나 선배들이 모두 '수학의 정석'을 추천하기에 무작정 따라서 본 적이 있어요. 하지만 제 게는 맞지 않더라고요. 주변 친구들의 좋은 공부법을 따라 해 보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자신에게 잘 맞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해요."

모의고사 문제를 다시 풀 때는 1번부터 순서대로 풀지 않았다. 전체 30문제가 있다면 먼저 문제를 단원별로 분류했다. 그러면 자신이 어느 단원의 문제를 자주 틀리는지, 또 이 단원에서는 주로 어떤 유형의 문제가 출제되는지 일목요연하게 보였다.

최군은 "고3 10월 한 달간 자신의 페이스를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10월은 수시에 지원하고, 벌써 합격한 친구들까지 생겨 가장 어수선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최군은 이 시기 새로운 것을 알려고 하기 보다 기존에 했던 공부를 반복 학습하면서 마음을 가다듬었다. 기출문제와 EBS문제집을 다시 한 번 풀면서 수능 문제유형에 최대한 익숙해졌다. "이 시기에는 성적은 오르지 않고 마음도 불안하다 보니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말(공부법)에 휘둘려요. 하지만 고교 3년간 유지해온 공부법은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아요. 현 시점에서는 지금까지 자기가 해온 방법이 가장 옳다고 믿고, 이대로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재원(서울대 사회과학계열 1학년)

이재원(19·전남 광양여고 졸)양은 고1 중반 무렵, 서울대에 진학하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세웠다. 중학교 때부터 막연하게 갖고 있던 꿈이었지만, 사실 고교에 올라오면서 거의 포기했던 목표였다. 고교 진학 당시, 전남에서 처음으로 고교 평준화가 진행돼 원하던 지역 명문고에 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심 '이렇게 작은 학교에서 서울대에 갈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1학년 첫 전국 모의고사를 본 뒤 욕심이 생겼다. "서울대라는 목표는 공부에 강한 동기부여가 됐다"고 했다. 우선 1차로 지역균형선발을 선발을 노리되, 합격하지 못하면 정시에서라도 반드시 합격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그 결과 3년간 교련 한 과목을 제외한 전 과목 내신 1등급을 받아 지역균형선발에서 합격했다.

이양은 사회탐구 영역을 가장 좋아했다. 그만큼 더욱 신경 써서 공부했다. 특히 '국사'는 서울대 필수지정 선택과목이어서 서울대를 목표를 하는 학생들이 전부 치르기 때문에 조금만 실수해도 등급이 곤두박질쳤다. 이양은 우선 흐름을 이해하고 각 시대별로 세부 사항을 깊이 파고들며 공부했다. '고려시대-귀족문화-화려한 고려청자'라는 식으로 시대별 특징을 먼저 본 뒤, 이를 증명하는 유물·역사서 등을 차례로 공부해 나갔다. 또 인터넷 강의를 활용했다. 자신이 잡은 흐름 정리에 인강의 명확한 해설을 덧붙이는 식이었다. "인강을 듣고 바로 모의고사를 치르면 정말 성적이 잘 나와요. 그런데 그 성적에 안심하고 다시 공부하지 않으면 다음 시험에서는 다시 떨어져요. 인강을 들은 뒤 다시 한 번 정리하고 반복 학습해야 그 성적을 유지할 수 있어요."

수능 직전 한 달 동안에는 6월과 9월에 치른 평가원 모의고사 기출문제를 반복해 풀었다. 이양은 "평가원 모의고사는 수능 유형과 가장 비슷해 출제될 만한 문제유형을 분석하는 등 마무리 공부에 가장 적합하다"며 "특히 실제 수능 시험을 본다는 마음가짐을 심어줘 더욱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또 2~3주 전부터는 사탐 전 과목을 다시 한 번 훑어봤다. 지금까지 외운 내용을 상기시킬 목적에서다. 또 수능, 수시 지원 등에 부담을 갖지 않고 마음을 편히 가졌다. 이양은 수능을 앞둔 후배들에게 "작은 일에 지나치게 신경 쓰지 말라"는 조언을 남겼다. "사소한 일에 신경을 쓰고 자꾸 걱정하면, 시험 당일 아침에는 지우개 하나 안 가져온 것만으로도 불안감에 시달려요. 모든 일에서 '괜찮다'고 의연하게 생각하는 마음가짐을 가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