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의 휴먼 다큐 프로그램 '인간극장'이 사채로 인해 몰락한 가족을 소개하면서 타 방송사로부터 지원 받은 사실을 숨기는 등 의도적으로 사실을 은폐·왜곡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인간극장 제작진은 "후원금을 모금하기 위해 의도된 방송이라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인간극장은 지난 22일 강민(35)씨와 현혜란(29)씨 부부의 사연을 담은 ‘어느 날 갑자기’ 편을 방송했다. 방송은 “부부가 원래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살았으나, 현씨는 돈을 융자해 새로운 일을 시작하다 사기를 당해 3억을 잃었고, 남편은 2번의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돼 병원신세를 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방송에서 현씨는 “병원비와 생활비를 위해 집과 살림살이를 처분했고 결국 사채까지 쓰기 시작했다”며 “처음 50만원을 빌렸는데, 갚을 때는 80만원이 됐다. 그 돈을 갚으려고 다시 사채를 빌리다 보니 빚이 6000만원까지 됐다”고 밝혔다. 프로그램은 이 부부와 네 살 된 딸이 현재 거처할 곳이 없어 남편이 입원한 병실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현씨가 임신한 상태에서도 남편을 간호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러나, 방송 직후 인간극장 시청자 게시판에는 "후원금을 노린 사기극"이라는 네티즌 지적이 잇따랐다. 지난달 26일 강민씨 부부가 CBS의 '수호천사, 사랑의 달란트를 나눕시다' 방송에 나왔고, 고양시 등 여러 곳에서 후원을 받아 임대주택까지 얻었다는 것. 사채 문제 또한 한 법무사 도움을 통해 해결됐다는 주장도 연달아 올라왔다. 이외에도 "방송에서는 행복하게 나온 부부지만, 사실 남편으로 나온 강씨는 자신을 병수발하던 전처를 버리고 임신한 내연녀와 새 장가를 간 것이며 전처는 위자료 한 푼 못받고 헤어졌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또 "남편의 교통사고가 왜곡·과장됐다", "남편이 사고로 위자료 10억을 받았는데 도박으로 다 날렸다 ", "사채가 6000만원까지 늘었을 리 없다" 등 갖가지 의혹과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제작진은 23일 오전 홈페이지 게시판 공지사항 란에 ‘ ‘어느 날 갑자기’ 편에 대한 제작진의 입장입니다’라는 제목으로 해명 글을 올렸다.
제작진은 후원금을 모금하기 위한 의도된 방송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촬영 시작 당시 강민씨 부부는 한 자선단체를 통해 임대 아파트를 받기는 했으나 아직 입주할 준비가 끝나지 않았다”면서 “CBS에서 모금된 후원금은 아직 출연자에게 전해지지 않은 상태였으며 언제 어느 정도의 액수가 들어오게 될 지는 제작진과 출연자 모두 모르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재혼 사실을 은폐했다는 지적과 관련, 제작진은 “강민씨가 재혼을 했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으나 이는 사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겠다는 본 프로그램의 취지와는 거리가 있었으므로 방송을 통해 다루지 않았을 뿐, 의도적으로 감추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제작진은 “하지만 사전에 과거의 사연들을 좀 더 구체적으로 취재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선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과거 사연에 대한 부분은 사실 여부를 여러 방면을 통해 확인하고 있다”며 “사실이 확인되는 대로 각각의 사안에 대한 공지를 올릴 예정”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같은 제작진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네티즌의 질타는 이어지고 있다. 임보영(loveper)씨는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솔직히 여기 방송에 나오면 후원을 바라는 것 아니냐”며 “제작진이 후원 받은 걸 알고도 또 촬영하고 방송하다니 실망했다”고 전했다. 김헌수(levieathan)씨는 “대국민 사기방송이면 이건 대형 방송사고”라고 지적했다. 현재 게시판에는 22일과 23일 2000건에 가까운 글이 올라오고 있는 상태다.
일부 네티즌들은 갖가지 의혹에 대한 사실 규명이 될 때까지 방송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인간극장은 보통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4~5회에 걸쳐 사연을 소개한다. ‘어느 날 갑자기’ 편은 4부작으로 제작돼, 현재 3회분의 방송이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