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업계에서는 “시간은 우리의 친구”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오래된 위스키일수록 위스키 고유의 맛과 향을 깊고 진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때론 독한 알코올 향을 느끼며 스트레이트로 마시기도 하고, 얼음에 섞어 차갑게 먹기도 하고, 맥주와 섞어 ‘폭탄주’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위스키를 어떤 방식으로 마시든 수 십년의 숙성과정을 거친 그 맛과 향을 그 역사와 함께 느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다음은 위스키에 대한 일문일답.

Q:위스키의 어원은?

A: 위스키는 맥아와 옥수수, 호밀 등을 원료로 사용해 발효-증류-숙성 등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술이다. 기원에 대해서는 확실히 밝혀진 바 없으나 중세 당시 연금술의 도움을 받아서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 일대에서 탄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위스키의 어원은 켈트(Celt)어의 '우스개 바하(Uisge Beatha)'에서 유래한다. 이 말은 라틴어로는 '아쿠아 비타(Aqua Vitae)' 즉 '생명의 물'이란 뜻이다. '우스개 바하'가 '우스개 베이야(Usque baugh)'→'우스키(Usky)'를 거쳐 '위스키(Whisky)'로 정착됐다.

Q: 스카치 위스키와 버본 위스키는 어떻게 다른가.

A: 산지(産地)에 따라 스카치, 아이리시, 아메리칸, 캐나디안 위스키로 분류되며 이를 ‘세계 4대 위스키’로 부른다.

스카치 위스키는 보리를 발아시킨 맥아(malt)를 사용해 만드는 싱글 몰트 위스키와 옥수수에 소량을 맥아를 넣어 만든 그레인 위스키(grain whisky), 몰트 위스키와 그레인 위스키를 적절하게 혼합해 만드는 블렌디드 위스키(blendid whisky)가 있다.

싱글몰트 위스키는 맥켈란과 글렌모렌지, 글렌리벳 등이 잘 알려져 있다. 그레인 위스키는 특별한 향과 맛이 없어 독자적으로 판매되기 보다는 싱글몰트위스키와 혼합돼 블렌디드 위스키 제조에 사용된다.

스카치위스키 제품 중 97%가량을 차지하는 블렌디드 위스키는 통상 20~40종류의 위스키 원액을 혼합해 만든다. 발렌타인, 로얄살루트, 조니워커, 시바스리갈, J&B 등이 모두 블렌디드 위스키다.

옥수수를 주원료로 한 아메리칸 위스키는 미국 켄터키주 버본에서 생산되는 버본 위스키와 테네시주에서 제조된 테네시 위스키 등이 있다. 버본 위스키로는 짐빔이, 테네시 위스키로는 잭 다니엘과 조지 디켈 등이 유명하다.

캐나디안 위스키는 옥수수와 호밀, 대맥을 사용하며, 씨그램 VO가 유명하다. 보리와 옥수수를 사용하는 아이리시 위스키는 제임슨과 올드부시밀 등이 잘 알려져 있다.

Q: 위스키의 색깔은 왜 호박색일까.

A: 증류소에서 갓 생산된 원액(new spirit)은 소주처럼 맑고 투명하며, 특별한 향도 느껴지지 않는다. 지금 스카치 위스키가 맛과 향, 독특한 빛깔을 갖게 된 것은 역사적으로 보면 밀주시대를 거쳤기 때문이다.

스코틀랜드에서 증류주가 제조된 사실이 처음 공문서에 나타난 것은 1494년 스코틀랜드 재무성 기록이다. “수도사 존 코우에게 ‘생명의 물(Agua Vitae)’을 만들기 위한 발아 대맥 (malt) 8볼 (bolls)을 주었다”고 나와있다. 이때까지만 해도 위스키는 무색투명한 증류주였다.

1707년 스코틀랜드를 합병시킨 잉글랜드는 6년이 지난 1714년 스코틀랜드에도 잉글랜드와 마찬가지로 맥아세를 과세했다. 이 때문에 글래스고와 에딘버러에서 법안 반대 폭동까지 일어났고, 결국 위스키제조업자들은 하이랜드 산간으로 도피해 위스키를 불법 제조하기 시작했다. 위스키의 원료인 보리를 건조시킬 연료가 부족해 밀주업자들은 하이랜드 산중에 매장된 피트(peat•식물 등이 탄화된 석탄)로 불을 피워 보리를 말렸고, 이 때문에 위스키 특유의 스모키향이 발생했다.

산간에서 제조된 술은 판매도 쉽지 않았다. 때문에 이들은 스페인에서 수입한 셰리와인 빈통에 술을 담아 보관하기 시작했다. 이후 밀주업자들은 깜짝 놀랄만한 발견을 하게 된다. 바로 무색투명한 위스키가 호박색으로 변했고, 짙은 향이 배어 나왔기 때문이다. 현재도 스카치위스키를 숙성시킬 때는 셰리 와인이나 미국의 버본 위스키를 만들었던 오크통을 사용한다.

또한 위스키의 색깔은 어떤 오크통에서 숙성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색깔이 짙을 수록 오래된 위스키일 것이라는 통념은 사실과 다르다.

Q: 로열살루트 100년산은 가능할까

A: 사실상 불가능하다. 증류소에서 생산된 위스키 원액(New Spirit)은 오크통(Cask)에서 숙성과정을 거치면서 매년 2%가량 증발된다. 증발되는 위스키는 천사들이 마신다는 뜻에서 ‘천사의 몫(Angel's Share)’라고 부른다.

때문에 17년산은 25%, 18년산은 35%, 21년산은 40%, 30년산은 60%, 40년산은 75%가량이 증발된다. 로얄살루트의 마스터블렌더 콜린 스콧은 “50년이 지나면 원액의 80%이상이 증발하기 때문에 오크통이 거의 비게 된다”며 “현실적으로 50년산이 최장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특히 블렌디드 위스키의 경우에는 그 위스키에 포함되는 30~40종류의 위스키가 모두 50년 넘게 숙성돼야 하기 때문에 더욱 어렵다는 설명이다.

세계적 주류업체인 페르노리카는 지난 2003년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즉위 50주년을 기념해 ‘로얄살루트 50년산’을 255병을 한정 생산해 판매한 바 있다.

Q: 발렌타인 21년은 항상 같은 술일까.

A: 정답은 ‘다르다’이다. 블렌디드 위스키는 20~40개 몰트위스키와 그레인위스키를 조합해 만든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일부 증류소가 폐쇄될 경우 다른 싱글몰트 위스키를 쓸 수 밖에 없다. 이처럼 다른 싱글몰트 위스키를 사용해 맛이 바뀔 경우에 마스터블렌더는 다른 싱글몰트위스키를 첨가해 원래의 향이 나도록 균형을 맞추게 된다.

때문에 매년 만들어지는 블렌디드 위스키에 포함된 싱글몰트 위스키의 숫자는 달라질 수 있다. 그럴 경우에도 맛과 향의 일관성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마스터블렌더의 역할이다.

또한 한 증류소에서 생상된 동일한 싱글몰트위스키도 오크통의 크기나 재질, 자연환경 등에 따라 숙성 정도의 차이를 보이면서 맛과 향이 달라질 수 있다. 때문에 항상 같은 연산의 위스키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발렌타인 30년산의 핵심 싱글몰트 위스키인 글렌부기(Glenburgie)의 경우 원래의 맛과 향이 나올 수 있을 만큼 숙성시키기 때문에 때론 32년산이나 33년산이 사용되기도 한다.

Q:위스키 17년산, 30년산은 어떤 뜻.

A:발렌타인 30년산이라면 여기에 포함된 모든 종류의 위스키(싱글몰트+그레인 위스키)의 숙성연도가 30년이 넘는다는 뜻이다. 올해 생산된 발렌타인 30년산의 경우 그 안에 포함된 모든 위스키는 1978년 이전에 증류돼 30년 넘게 숙성된 것이다. 반대로 올해 발렌타인 30년산용으로 증류된 위스키는 2038년에야 그 맛을 볼 수 있다.

블렌디드 위스키를 만들 때 30년산 이상 위스키 30개를 사용하고, 단 1개의 29년산을 혼합했다고 한다면 30년산이라는 표현을 쓸 수 없다. 이런 규정 때문에 최상급 위스키로 평가받는 조니워커 블루라벨의 경우에는 연산표기를 하지 않는다.

연산표기 규정도 매우 엄격하다. 스카치위스키협회의 연산표기 규정에 따르면 연산 표기의 경우 반드시 하나의 숫자만 표기할 수 있으며, 위스키에 담긴 원액 중 가장 짧은 숙성연도를 나타내야 한다.

30년산(17 Years Old)나 30년 이상(Over 10 Years Old)만 허용되며, 예를 들어 ‘25~30년산’ ‘평균 30년산’ ‘최대 60년산 위스키 포함’ ‘20년산 80%, 30년산 20%’등의 표현은 모두 불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