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부산 사직야구장 앞에서 시민 들이 이날 저녁 열리는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프로야구 경기 입장권을 사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김용우 기자 yw-kim@chosun.com

부산이 롯데 야구로 들끓고 있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8년 만에 남은 경기에 상관없이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하자 롯데의 경기가 열릴 때마다 야구팬들이 입장권을 구하려고 '전쟁'을 벌이고 있다.

19일 오전 7시 부산 사직야구장 매표소 앞. 매표소가 문을 열려면 8시간30분이나 남았지만 이미 40~50명이 줄을 늘어서 있었다. 오전 10시쯤에는 그 수가 400~500명으로 늘더니, 오후 2시에는 3000여 명으로 불었다.

이날 경기는 각각 2, 3위를 기록 중인 롯데와 두산 베어스가 맞붙는 주말 3연전 중 첫 경기. 정규시즌에서 2위를 차지해 포스트시즌에서 3~4위전을 건너뛰고 곧장 우승을 노리려는 두 팀으로서는 중요한 승부처가 될 경기다.

롯데 팬들은 이날 인터넷과 오프라인 지정 예매처에 파는 입장권 1만5000장이 일찌감치 동나자 새벽부터 경기장으로 몰려든 것이다.

사직운동장 1루측 매표소 제일 앞 줄에 있던 윤국현(53)씨는 "오전 6시부터 중앙 지정석 입장권 2장을 구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고 말했다. 3루측 매표소 앞에서 아기를 등에 업고 나온 한 주부는 "남편이 표 좀 사놓으라고 해서 나왔다"고 했다.

사직야구장 매표소 3곳에는 돗자리에 도시락까지 준비한 가족, 카드 놀이를 하면서 줄을 선 대학생들 등이 북새통을 이뤘다. 인터넷 등을 통해 표를 미리 구입한 600여 명도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 출입구 앞에서 줄지어 앉아 있었다.

암표상들도 극성을 부렸다. 암표상들은 2000원(이날 입장권은 1984년 롯데의 우승을 추억하기 위해 당시 가격으로 판매)짜리 입장권을 5000~1만원에 팔고 있었다.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의 '갈매기 마당' 게시판에는 '표를 구한다'는 글이 쇄도하고 있어 "표 구하기 게시판을 따로 만들자"는 제안까지 나왔다. 어쩌다 "팔겠다"는 글이 올라오면 불과 수초 만에 팔려나간다.

20~21일 경기의 예매분도 모두 동났기 때문에 표 구하기 전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롯데 자이언츠 서정근 홍보팀장은 "본격적인 플레이오프 경기가 시작되면 틀림없이 밤샘 줄서기를 하는 사람들도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