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개그콘서트’의 출산드라로 인기 개그우먼이 된 김현숙(31)씨는 케이블 방송 tvN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연출 정환석·금요일 밤 11시)의 이영애로 인기 배우가 됐다.

작년 4월 시즌1의 첫방송을 시작한 ‘막돼먹은 영애씨’는 다큐멘터리와 드라마의 접목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6㎜ 카메라를 이용해서 주인공의 일상을 가감없이 보여줘 많은 시청자들로부터 공감을 얻어냈고 현재 시즌4를 방송 중이다.

그동안 많은 드라마들이 시즌제를 표방했지만 네 번째 시즌을 맞이한 것은 ‘막돼먹은 영애씨’가 처음이다. 그녀는 시즌4에서도 31세의 뚱뚱한 처녀 이영애 역으로 출연해 일반적인 직장여성이 겪는 일과 사랑을 진솔하게 그리고 있다. “솔직히 시즌4까지 오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어요. 시즌1~3을 거치는 동안 영애 역에 깊이 몰입해 한동안 헤어나오지 못한 적도 있었습니다. 시즌4에서는 구차한 일상 속에서도 자기 자신을 정말 사랑하는 영애의 모습을 보여드릴게요.”

극중 이영애 역을 맡은 그녀는 실제로 배우 이영애씨를 몇 번 만난 적이 있다고 한다.

“예전에 제가 KBS 2TV ‘연예가중계’의 1일 리포터로 임명돼 이영애씨를 긴급 인터뷰를 한 적이 있어요. 이영애씨 앞에 불쑥 나타나서 ‘이렇게 삐쩍 골은 한심한 녀석이 누구냐!’라고 호통을 치면서 인터뷰를 시작했는데요. 이영애씨가 당황하기는커녕 갑자기 제 손을 덥석 잡더니 특유의 목소리로 ‘현숙씨, 며칠 전 TV에 나온 걸 너무 잘 봤고요. 저도 팬이에요’라고 말하는 바람에 제가 할말을 잃었습니다. 그날따라 이상하게 목구멍이 막힌 듯 말을 못했어요. 부드러움 속에 숨겨진 카리스마라는 걸 몸으로 느꼈습니다. 작년 춘사영화제 때도 이영애씨와 함께 레드카펫을 밟았는데요. 당시 인터뷰에서도 이영애씨는 ‘막돼먹은 영애씨’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면서 제게 관심을 보였어요.”

경성대 연극영화과를 나온 김씨는 개그맨이 되기 전에 이미 배우로 데뷔를 했다. “영화 ‘친구’와 ‘챔피언’에도 단역으로 출연했습니다. ‘친구’에서는 편집이 되는 바람에 제 얼굴을 찾아볼 수 없고, ‘챔피언’에서도 대사가 두 마디뿐이라서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지요. 하지만 최근에는 영화 ‘미녀는 괴로워’ ‘당신이 잠든 사이에’ 등에 조연으로 출연했고, 뮤지컬 ‘넌센스’ ‘달려라 하니’ 등에도 주연급으로 등장했죠.”

2003년 그녀는 배우가 되겠다는 일념 하나로 고향인 부산을 떠나 무작정 상경했다. “당시 컬트 트리플의 멤버였던 정성한 선배의 소개로 ‘쇼 뮤지컬 펑키펑키’에 합류했습니다. 자신의 역에 맞는 걸 짜오면 하게 해주겠다고 해서 처음엔 두 마디였던 대사가 20분짜리 단독 분량으로 늘었어요. 공연도 성공적이라서 여러 명의 방송국 PD가 드라마 출연을 권유하기도 했었죠. 그러던 중 개그맨 박준형 선배와 김지혜씨가 ‘개그콘서트’ PD를 소개해줬고, 우연하게 ‘출산드라’를 선보였는데 대박이 터졌어요.”

KBS 2TV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 ‘봉숭아 학당’에서 사이비 교주를 흉내내며 설교하는 말투로 “먹어라, 살쪄라”를 외치던 ‘출산드라’ 캐릭터로 유명해진 김씨는 사실 자신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고 한다. “출산드라는 기독교를 비하한 것이 아닙니다. 제 아버지가 목사입니다. 경남 밀양의 작은 교회에서 목회를 하고 계십니다. 어머니는 전도사고요. 저도 교회를 다니기 때문에 일요일에는 촬영 스케줄을 잘 안 잡는 편입니다.”

김씨는 2남1녀 중 둘째. 오빠는 피부과 의사이고 남동생은 현재 김씨의 매니저 일을 하고 있다. “공부를 잘하는 오빠 때문에 어머니와 저는 ‘애증의 관계’였습니다. 지금은 나이가 들어서 엄마를 이해하죠. 남동생은 교회에서 전도사 생활을 하다 지금은 제 일을 도와주고 있어요.”

그녀는 어릴 적 매우 독특한 아이였다고 한다. “남자는 서서 소변을 보는데 여자는 왜 앉아서 볼까라는 의문을 갖기도 했죠. 오빠가 서서 일을 보는 모습을 보고는 저도 여러 번 따라해 보다가 속옷을 다 버리기도 했습니다. 결국 성공한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어머니는 저를 정신병원에 데려가려고 하셨죠.”

어른이 된 지금은 특이한 행동보다는 예민한 신경이 걱정이라고 한다. “잠귀가 너무 밝아 작은 소리에도 잠을 잘 못 자죠. 매일 새벽에야 겨우 잠이 들 정도예요.”

이렇게 민감한 김씨를 겉으로 보면 털털하면서 보이시하다고 생각해서인지 팬들 중 80%는 여성이라고 한다. “물론 남자팬들 중에서 강하게 다가오는 사람도 있죠. 특히 연하남들이 극성이에요. 라디오 생방송 도중 전화를 하거나 미니홈피를 통해서 한 번만 만나달라고 하는 남자들이 많죠. 하지만 대부분이 극중 영애의 모습만을 보고 다가오는 것이기에 정중히 거절해요.”

tvN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그녀는 김현숙으로만 살 때는 독신주의자에 가까웠는데 이영애를 연기하면서부터 점점 결혼을 해봐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배우는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 연기에 도움이 되거든요. 3년 후쯤 결혼을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이상형은 편안하고 코드가 잘 통하는 사람, 열등감이 덜해서 포용력 있는 사람, 자기 일에 자신감 있는 사람이에요.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해 주세요.”

결혼과 함께 그녀의 다음 목표는 연극 출연과 토크쇼 진행이다. “뮤지컬 출연 제의가 많이 들어와요. 하지만 시간이 되면 소극장 연극을 꼭 해보고 싶어요. 또 다른 꿈은 토크쇼 진행입니다. 제가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거든요. 물론 연륜과 내공이 필요한 만큼 시간이 더 필요하겠죠. 하지만 언젠가 꼭 오프라 윈프리처럼 사람 냄새 나는 토크쇼를 진행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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