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기(敵機)의 영공 침투를 감시하는 레이더망에 잠깐이라도 구멍이 뚫린다면? 전투기의 비상 출격이 격납고 앞에 쌓인 눈 때문에 느려진다면?
생각하기도 끔찍한 일이지만 내년쯤엔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공군 사병 모집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지난 정권에서 군 복무기간이 줄어들면서 공군병 지원율은 계속 하락세를 그려왔다. 모병제로 운영하는 공군의 병 지원 경쟁률은 2006년 1.8 대 1에서, 2007년 1.4 대 1로 떨어졌다.
상황은 올해 들어 심각해졌다. 공군 특유의 6주에 2박3일 외박제도를 없애고 육군과 같이 성과제(포상 등 점수에 따라 외출·외박의 횟수를 제한하는 제도)로 외박을 나가게 하자 지원율이 급락한 것. 가족과 곰신(군인 남자친구를 둔 여성들을 이르는 말)들의 항의 끝에 지휘관 조치에 따라 6주에 2박3일로 시행할 수 있도록 했지만, 입대 예정자들의 마음은 돌아선 후였다. 지난 5월 모집한 8월 입영병력부터는 아예 모집인원조차 채우지 못했다. 8월 25일 입영한 병력은 1368명. 목표에서 368명이나 모자란 숫자였다.
문제는 이것이 어두운 터널의 시작이라는 점이다. 6월에 모집한 이달 말 입대 예정 병력은 810명이 모자라고, 다음달은 1196명이 모자란다. 8월에는 모집인원을 대폭 줄여 뽑았지만 모집인원의 60% 정도밖에 뽑지 못했다. 불과 4달 사이에 병력에 3000명 가까이 구멍이 생긴 것이다. 공군병 전체 규모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숫자다. 지금 같은 추세로 가면 내년 초에는 공군병의 20%가 비게 된다. 한 부사관은 "부대 안에선 농반 진반으로 '이대로 가다간 연병장에 눈 치울 병력도 없겠다'는 얘기도 한다"고 하소연했다.
병력 부족에 대한 공군의 위기감은 심각하다. 입대 후 귀가 조치 되는 병력을 줄이기 위해 체력 검정 기준을 완화했다. 이전에는 1500m를 8분 30초 안에 달려야 했지만, 지난 4월부터 9분 44초로 바꿨다. 병무청도 공군 지원율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입대 예정자들이 주로 정보를 얻는 홈페이지의 '자주하는 질문' 란에는 '공군병 외박제도'에 대한 글이 제일 위에 올라와 있다. 9월 중 공군병 모집 공지사항에는 '전역 2개월 휴식 후 신학기 복학에 최적' '6주마다 2박3일 외박이 가능하다' 등 내용이 광고문구처럼 강조돼 있다. 휴대전화 번호를 등록한 입대 예정자들에게 공군병 지원 안내 문자 메시지도 보냈다. 공군본부의 천명녕 대위는 "병력 모집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여름에는 입대인원이 적다가 겨울에는 늘어나기 때문에 겨울에는 상황이 좀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광고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육군의 복무기간이 18개월로 줄어들면서 입영 대상자들이 3개월이 더 긴 공군을 기피하게 된 것이다. 복무기간이 24개월일 때도 육군과의 차이는 3개월이었지만, 복무기간 단축으로 3개월 차이가 더 크게 느껴지게 됐다. 비율로 따지면 4.2%포인트 더 복무기간이 차이가 나게 됐기 때문이다. 소위 '칼복학(방학 중 입대해서 제대 후 바로 학교에 복학하는 것)'이 가능한 육군과는 달리 3개월이 걸려 1학기 늦게 졸업하게 되는 것도 기피 이유다.
공군이 내심 바라는 최선의 해결책은 공군병 복무기간을 육군과 같이 18개월로 맞추는 것이다. 공군 관계자는 "복무기간을 20개월로 1개월 더 줄여주면 대학생들이 휴·복학을 하기 쉬워 지원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