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요정식 고급 룸살롱 '지안'이 최근 개업한 지 23년만에 문을 닫았다고 중앙일보가 17일 보도했다.
전두환 정권 때인 지난 1985년 개업한 지안은 5·6공 실세, 김영삼(YS)·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아들, 정·재계 유력 인사 등의 비밀 사교 클럽 역할을 해 유명해진 곳이다. 강북의 대원각(51년 건립, 97년 사찰로 탈바꿈)과 삼청각(72년 건립, 99년 전통 문화공연장으로 전환) 등 정통 요정과는 달리 강남 스타일의 룸살롱식 요정인 데다 비밀 유지가 철저해 실세들이 모여들었다.
서울 서초동 1582-89번지에 위치한 지안은 YS의 차남 현철씨와 DJ의 차남 김홍업씨가 기업인 등을 만나 부정한 돈을 받을 때 이용했던 곳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또 지난 2003년 5월 노무현 대통령이 주재한 청와대 만찬 후 김종필 당시 자민련 총재와 정대철 민주당 대표,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권한대행(현 한나라당 대표)의 2차 술자리도 지안에서 벌어졌다. 이른바 '호화판 술자리' 사건이다.
5공 실세였던 허모·이모씨, YS 때 민주계 인사들, DJ 때 권력 실세 K·P씨와 여야 중진급 의원들이 자주 찾았으며 재계 총수들도 뒤풀이 장소로 이곳을 이용했다고 한다. 인맥이 겹친 5·6공 실세들이 자주 찾은 지안에선 갖가지 해프닝도 벌어졌다. 정권이 5공에서 6공으로 넘어간 직후 5공과 6공 실세들이 각각 지안을 찾았다가 '무력충돌' 일보 직전까지 갈 뻔한 사건도 있었다고 한다. “세상이 바뀐 줄 모르고 건들거린다”는 6공 실세의 발언을 5공 실세가 전해 들어서다.
보안 유지는 지안의 불문율이었으며, 건물 구조도 옆 방에 누가 와 있는지 모르게 미로 형식으로 돼 있다. 또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이 곳에 유명 탤런트와 미스코리아 출신 연기자, 모델 등이 드나든 게 확인됐다. 또 대부분의 지안 접대부가 연예인 뺨치는 미모에 뛰어난 화술을 지닌 20대 초반의 여성들로 구성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인당 하룻밤 술값이 50만~100만원인 지안은 철저하게 예약 시스템으로 운영돼 낯선 손님은 들어갈 수도 없었다고 한다.
70대 여사장 정모씨가 소유하고 있던 이 곳 토지와 건물은 지난해 100억원대에 팔렸다. 정씨는 그 후부터 1년 가까이 단골손님 위주로 명맥을 유지해 오다 최근 완전히 문을 닫았다. 강남에서 가장 큰 오피스 빌딩을 지으려고 4000억~5000억원을 들여 이 일대 토지를 매집해 온 S시행사 이모 사장은 토지 매입 과정에서 무기 로비스트 린다 김의 도움을 받았다고 신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