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좌 가라사대, 너희들 중 컴퓨터에 야동(야한 동영상·포르노물) 한 편 없는 자만 내게 돌을 던지라." 2006년 10월 '김본좌(本座·자칭 최고수를 뜻하는 말)'라는 별명의 김모(당시 28세)씨가 음란물 유포혐의로 경찰에 붙잡히자 네티즌들이 성경 구절을 패러디한 글 '본좌 복음'을 인터넷에 퍼뜨렸다. 국내에 떠돈 일본 음란물의 70% 이상을 유통시킨 그를 일부 네티즌들은 '야동의 문익점' '음지의 슈바이처'라고 떠받들었다.

▶인천 부평에 사는 회사원이던 김씨는 2004년 재미 삼아 파일공유 사이트에 일본 야동을 올리다 유명해지자 아예 회사를 그만두고 음란물 장사에 뛰어들었다. 매일 새벽 일본 사이트에서 음란물 20~30편을 다운받은 뒤 국내 사이트에 올렸다. 그렇게 2년 반 동안 5000만원을 벌면서 "최신작을 올려달라는 네티즌들 성화에 하루 2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가 작년 7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사실이 엊그제 뒤늦게 확인됐다. 2년 전 영장이 기각되면서 불구속 상태에서 일절 행적을 드러내지 않은 채 재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네티즌들은 그런 사정도 모른 채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라는 신조어를 유행시키며 김본좌 석방운동을 벌였다. 네티즌들의 치기어린 댓글 놀이문화와 반항심리가 읽힌다.

▶김본좌의 죄질에 비해 집행유예 선고는 너무 약했다. 그런데도 검찰은 항소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고 한다. 김본좌뿐 아니라 일반 음란물 사범도 대부분 처벌이 가볍다. 정보통신망법의 음란물 유포 법정형량이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이다. 법원의 선고 형량도 너무 낮다. 작년 음란물 유포로 기소된 사람 497명 중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5명밖에 안 됐다.

▶대법원도 지난 3월 "성행위 장면이라도 성기나 음모가 노출돼야 음란물로 볼 수 있다"며 음란물 인정 범위를 오히려 더 좁혔다. 그 후 음란물 사범에 대한 무죄 판결이 잇달고 있다. 일부 네티즌은 한 술 더 떠 김본좌에게 "음란물이 성인문화로 인정받도록 투쟁하라"고 주문한다. "포르노잡지도 표현의 자유가 있다"는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을 받아낸 포르노 대부 래리 플린트처럼 하라는 것이다. 인터넷 음란물이 특히 청소년에게 끼치는 해악을 생각하면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이래서야 정말 누가 김본좌에게 돌을 던질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