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영월군 주천면 '다하누촌'은 인구 700명의 작은 마을이지만 지난 13개월 동안 외지(外地) 사람 140만 명이 찾아왔다. 평일 2000명, 주말 5000명의 외지 방문객이 한우 고기를 사거나 먹으러 찾아오고 있는 것이다.

원래 이름이 '섶다리마을'인 다하누촌의 천지개벽과 같은 변화는 작년 8월11일 한우 직거래장터가 생기면서 시작됐다. 농가로부터 한우를 직접 사들여 전용 도축장에서 잡은 고기를 소비자에게 싸게 파는 유통구조를 만든 것이다. 한우만 판다는 뜻으로 '다하누(다한우)촌'이란 브랜드를 달았다. 산지(産地)수집상, 도매상, 소매상의 유통마진을 없애자 등심·안심·갈빗살·차돌박이로 구성된 1등급 모둠구이용 600g을 2만8000원에 팔 수 있게 됐다. 도회지 대형마트보다 30~40% 싼 값이다.

품질 좋은 한우를 저렴하게 먹을 수 있다는 입소문으로 외지인들이 몰리면서 하루 3만~4만원이 고작이던 식당 매상이 100만~200만원이 됐다. 정육점에서 산 고기를 들고 식당으로 가면 1인당 2500원의 상차림 비용만 내고 야채를 곁들여 구워 먹을 수 있는 시스템도 만들었다. 처음 정육점 1곳, 식당 3곳으로 시작한 직거래장터가 지금은 정육점 10곳, 식당 38곳으로 늘어났다.

다하누촌은 매달 셋째 토·일요일 햇감자축제, 얼음막걸리축제, 쌍섶다리축제 같은 행사를 만들었다. 지난 6~11일은 서울 청량리역에서 출발해 봉평 메밀꽃축제를 구경하고 다하누촌에서 추석선물용 한우를 장만하는 '한우쇼핑열차' 패키지 코스도 운행했다. 그 덕에 6일엔 평소 토요일보다 50% 많은 8000명이, 7일 일요일엔 3500명의 관광객이 찾아왔다. 이번 추석 대목을 위해 잡은 한우만 1000마리나 됐다. 다하누촌의 대박으로 영월군 일대 300개 펜션이 덩달아 관광특수를 즐기고 있다. 다하누촌엔 1년 사이 외지인 100여 명이 이사를 와서 인구도 늘었다.

농산물 시장 개방, 미국 쇠고기 수입 등으로 농촌 살기가 갈수록 더 어려워진다는 말들을 한다. 다하누촌 사례는 주민들이 힘을 합쳐 제대로 된 특성화 사업을 성공시키기만 하면 가난하고 적막한 시골 마을도 얼마든지 활기 있고 희망 넘치는 부자 마을로 변모할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