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흐림이 느린 태화강가에는 마름이 자란다. 대개 마름이 많이 자라는 곳에는 이웃하여 노랑어리연꽃도 무리를 이루는데, 그런 곳에는 대체로 낚시꾼들이 모여든다.

마름은 얕은 물 위에 떠서 사는 한해살이 수생식물이다. 뿌리는 물 밑 땅 속에 내리고 잎은 물 위에 떠서 자라는 부엽식물이다. 마름의 잎자루에는 부레옥잠처럼 불룩한 공기주머니가 달려있어 물 위에 뜬다. 다른 점이라면 부레옥잠은 잎과 뿌리 전체가 물에 떠서 살지만, 마름은 잎만 뜬다.

마름의 줄기는 물이 빠지면 옆으로 눕고, 물이 불어나면 바로 선다. 물의 깊이에 따라 스스로 높낮이를 조절하여 물에 가라앉는 법이 없다. 잎은 줄기 끝에서 나와 사방으로 퍼지며 수면을 덮는다. 모양은 삼각형인데, 물 위에 퍼져 있는 모습은 마름모꼴이다. 마름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꽃은 흰색이며 7~8월에 수면 위에 떠 있는 잎의 겨드랑이에서 한 송이씩 핀다. 꽃잎은 4장이고 흰색이지만 약간 분홍색을 띠는 것도 있다. 꽃자루가 짧아 잎의 중앙에 찰싹 붙은 것처럼 보인다.

사진=노양주 교장 제공

마름의 열매가 익으면 껍질이 검은색으로 변하고 딱딱한 뿔 모양의 가시 2개가 양쪽에 달린다. 열매 속에는 녹말이 들어 있어서 삶아 먹으면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난다. 꼭 밤 맛 같다. 그래서 마름의 열매를 '말밤'이라 부르고 경상도 사투리로는 '몰밤'이라 불러왔다. 마름 열매는 그 옛날 아이들의 먹을 것이 귀할 때 군것질 용으로 학교 앞 문방구에서도 많이 볼 수 있었다.

마름을 볼 수 있는 곳은 주로 연못, 늪, 물웅덩이, 시골의 방죽 등인데, 하나같이 물결이 잔잔하다. 그래서 마름이 자라는 곳은 언제나 정적이다.

옛 글에 선비가 낙향하여 마름이나 뜯어다 나물 반찬을 하겠다는 내용이 있다. 마름은 벼슬을 버리고 시골에 묻혀 지내는 한적한 삶의 대명사가 되기도 했다. 어느 선비는 부귀영달을 버리고 시골로 내려가 마름꽃이나 바라보면서 욕심 없이 살고 싶다고 했다. 이러한 삶이야말로 선비가 지향하는 목표이며, 최고의 선(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