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우먼 정선희씨와 결혼해 화제를 낳았던 탤런트 안재환(36·본명 안광성·사진)씨가 8일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안씨가 최소 열흘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8일 오전 9시10분쯤 안씨의 처가 근처인 서울 노원구 하계동의 한 주택가 골목길에 정차된 카니발 승용차에서 안씨가 숨져 있는 것을 한 음료업체 배달원 여모(28)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여씨는 "2~3주 전부터 매일 카니발 차량 안에 아침시간에 사람이 자고 있어서 의아해 했었는데 오늘 아침 햇빛이 강하게 비쳐 차 안을 살펴보니 사람 다리가 검게 변해 있어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노원경찰서는 "안씨는 발견 당시 노란색 반팔 티셔츠에 반바지 차림으로 운전석 뒤에서 반듯하게 누워 있었으며 유서가 발견된 점 등을 볼 때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경찰은 차량 안에서 안씨가 철판을 깔고 피운 것으로 추정되는 연탄 1장이 완전 연소됐고 안씨의 복부가 가스로 차 볼록하게 나온 점 등을 미루어 이 연탄가스에 질식해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안씨가 여름에 연탄을 구입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서도 현재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차량 안에는 안씨가 먹은 것으로 추정되는 소주병과 생수통, 음료수 캔, 소시지, 컵라면, 빈 담뱃갑, 옷가지와 넥타이 등이 함께 발견됐다.
경찰은 차량 오른쪽 좌석에 3장짜리 유서가 놓여 있었지만 유족의 동의 없이 현재로서는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유서에는 아내에 대한 사랑과 부모님에 대한 죄송함, 그리고 장기 기증 의사 등의 내용이 적혀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최초 발견자 여씨의 진술과 안씨의 시신 부패 정도 등을 볼 때 최소 열흘 전에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안씨의 지인들도 대부분 보름 이상 전부터 안씨로부터 완전히 연락이 두절됐다고 말했다.
안씨의 고교 선배인 구모씨는 "재환이가 한번은 '죽고 싶다. 너무 힘들다'는 메시지를 보냈다"며 "지난달 22일 재환이와 마지막으로 만난 뒤 연락이 완전히 끊겼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안씨에 대한 실종 신고가 접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안씨는 서울대 공예과를 졸업한 뒤 1996년 MBC 공채 25기 탤런트로 선발돼 연예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MBC 베스트극장과 SBS 'LA 아리랑' 등의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했으며 지난해 11월 개그우먼 정선희씨와 결혼해 화제를 낳기도 했다.
안씨의 부인 정씨는 안씨의 사망 소식을 듣고 오열했으며, 노원경찰서에서 경찰 조사를 받은 뒤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되기도 했다. 빈소가 마련된 서울 태릉 마이크로병원에는 탤런트 최진실씨 등 연예인과 안씨의 친구들이 찾아와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