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의 명물들이 사라지고 있다. 우선 대표적인 런던 명물로 꼽혀온 검은색 영업용 택시(블랙 캡)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블랙 캡은 1919년 첫선을 보였다.

런던 택시 공급회사인 KPM-UK는 지난 8월 말부터 독일 다임러가 제작한 미니밴 형 택시 20대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KPM-UK는 올해 말까지 이 택시 350대를 보급하고 보급량을 계속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AP통신이 1일 보도했다. 런던에는 현재 약 2만5000대의 택시가 운행 중이다.

다임러 택시는 덩치가 커 블랙 캡보다 1명이 많은 6명을 태울 수 있고, 문도 슬라이딩 방식이다. 다임러 측은 배기가스 배출로 인한 대기오염도 덜하다고 자랑한다. 그러나 일부 택시 기사들은 런던의 전통을 지켜나가야 한다며 새 모델에 회의적이다.

사라지는 건 택시뿐만이 아니다. 런던 버킹엄궁 근위병의 검은 털모자도 곧 사라질 것 같다. 영국 국방부가 이 모자를 인조모피로 만들거나 아니면 지금과는 다른 디자인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2일 보도했다. 길이 45.7㎝의 기다란 근위병 털모자는 캐나다 흑곰의 모피로 만드는데 모자 한 개에 곰 한 마리의 가죽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동물보호단체들의 항의를 지속적으로 받아 왔다.

휴대폰이 널리 보급되면서 2002년 이후 런던 특유의 빨간색 전화 부스 수백 개도 사라졌다. 베이징올림픽 폐막식에도 선보였던 빨간색 2층 버스(Routemaster)는 이미 2005년 말 2개 노선을 제외하고는 완전히 퇴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