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감독이 나타났다.
최근 개봉된 영화 '스페어'의 이성한 감독. 몇 년 전만해도 평범한 샐러리맨이었다. 연출 경험은 당연히 전무. 영화 관련 아카데미에서 1년
여 기간 수업을 들은 것이 전부다.
"어렸을 때 극장에서 살았어요. '킹콩' '죠스' '챔프' '슈퍼맨'을 몇 번씩 봤으니까요. 청소년기엔 '쾌찬차'에 푹 빠져 보냈고요."
'성룡 키드'인 이 감독은 결혼 이후에도 영화에 대한 꿈을 접을 수 없었다. '미친 짓'이라며 주위에선 말렸지만, 결국 지인들의 도움으로
제작비 30억원의 '스페어'를 완성했다.
다행히 반응도 좋다. 일단 2007년 부산 국제영화제 한국영화파노라마 부문을 '우아한 세계' '오래된 정원' 등 거장 감독들의 작품과 함께
장식했다. 올 초엔 단관 개봉을 고려했으나, 시사회 호평에 힘입어 개봉관을 약 60개까지 잡을 수 있었다. 일본에서 러브콜도 들려온다.
'스페어'의 최대 매력은 'No 스턴트, No 와이어, No 컴퓨터그래픽'의 순도 100% 리얼 액션. 서울 액션스쿨 출신의 배우들이 펼쳐보이는
생생한 움직임은 관객에게 날 것 그대로의 쾌감을 안겨준다. 임준일 정우 등 주연배우들은 이 감독의 연출의도에 맞춰 카메라 앞에서 온 몸을 던졌다.
이처럼 새로운 액션 영화의 완성, 이 뒤엔 든든한 지원군이 버티고 있다. '짝패'로 주목받은 액션의 대가 김영철 촬영감독이 그를 도왔다.
또 액션 연출에서 이름을 날린 서울액션스쿨의 유상섭 무술감독이 힘을 더했다.
"몸으로 선보일 수 있는 최상의 액션신을 보여주기 위해 모두 노력했습니다. 관객들도 그 부분에 많은 박수를 보내주시는 것 같아요."
그 하나도 대강 넘어가지 못하는 완벽주의자 이 감독. '스페어'에서 또 욕심을 낸 부분이 있다면 음악이다. 국악을 액션신에 접목시켜 북,
징 등의 타악기로 액션의 리드미컬한 요소를 강조하는 한편 마치 심장박동과 비슷한 울림을 줌으로써 극적 긴장감을 배가시켰다.
이 과정에서도 이 감독의 외고집이 제대로 빛을 발했다. 사전 작곡 준비기간이 1 년, 준비와 실제 녹음, 사운드 믹싱 등의 후반작업 기간이
1년으로 장장 2년의 시간이 걸렸다. 만들어낸 곡만도 100여 곡이 넘었다.
"이제 첫걸음을 내딛은 셈이죠.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만큼 부지런히 뛰어야죠."
막 꿈을 이룬 이성한 감독은 벌써부터 두 개의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형제의 이야기를 다룬 누아르풍의 '소나기'와 '스페어'의 뒷이야기를
다룬 속편이다. 이번엔 연기자로도 데뷔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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