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가 20세기 초 리비아를 30여 년간 식민(植民) 지배한 데 대한 보상금으로 50억 달러(한화 약 5조원)를 지급하기로 했다.
이탈리아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Berlusconi) 총리와 리비아의 최고 지도자 카다피(Qaddafi)는 30일 리비아의 항구도시 벵가지에서 회담을 갖고 이탈리아가 과거 식민 통치에 대한 보상 명목으로 리비아에 25년 간 5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이번 합의는 이탈리아가 저지른 과오에 대한 물질적·정서적 보상"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식민 지배 과거사에 대한 속죄의 뜻으로, 리비아 독립운동 영웅인 오마르 모크타르(Moktar)의 아들에게 고개 숙여 사죄했다.
카다피는 "역사적인 문서를 통해, 이탈리아가 식민 지배 기간에 저질렀던 살인·파괴·억압에 대해 사과했다. 이제 양국은 미래를 위한 동반자 관계를 열게 됐다"고 화답했다.
이탈리아가 향후 25년 간 매년 2억 달러씩 제공할 보상금은 리비아의 ▲고속도로·주택 건설 비용 ▲이탈리아에 유학하는 리비아 학생에 대한 장학금 ▲2차 대전 당시 이탈리아를 위해 복역했던 리비아인에 대한 연금 등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오토만 제국에 속했던 리비아는 1911년 이탈리아에 점령돼, 1943년까지 식민 지배를 받았었다.
리비아와 이탈리아는 지난 1969년 카다피가 권력을 장악한 후 이듬해에 리비아에 거주하는 이탈리아인을 전원 추방하고 이들의 재산을 몰수한 이래, 줄곧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탈리아가 수년간 끌어온 식민지배 보상금 지급에 전격 합의한 배경에는 산유국인 리비아의 원유개발 프로젝트 등에 참여하려는 경제적 이해 타산도 작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