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광주비엔날레가 오는 9월 5일 개막돼 11월 9일까지 66일 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최근 내부 전시 공간을 재단장하고, 국내₩외 참여 작가들의 작품 설치에 들어간 광주 북구 용봉동 광주비엔날레관 전경. 김영근 기자 kyg21@chosun.com

25일 광주 동구 대인동, 광주의 대표적 재래시장인 대인시장 한 가운데 자리잡은 '광일상회'. 빈 점포다. 최근 이 가게는 '희락 집창촌(喜樂 集倉村)'이라는 임시 간판을 달았다. '즐거운 집단창작촌'이라는 뜻이다.

한 층이 10㎡(3평)에 불과한 3층짜리 점포에서는 요즘 미술인 5명이 작업공간을 꾸미고, 설치작품을 만드느라 구슬땀을 흘린다. 1층은 이들의 작품이 시장상품들(예를 들어 홍어나 고등어 등)과 물물교환될 '야시장'으로 꾸며진다. 2층은 작가 신호윤·노유승씨가, 3층은 김현돈·전준모씨가 각각 입주해 작업공간으로 사용한다. 몇 걸음 떨어진 또 다른 빈 점포에서는 화가 박문종씨가 투명 플라스틱 소재로 홍어 생식기 모양을 본뜬 길이 20㎝ 가량의 '소품'을 대량 제작하고 있다. 다음달 초 이들 소품은 인근 홍어 도매점 골목에 설치되고 가게 앞에서는 홍어 음식 시식회도 열린다.

2008 광주비엔날레 전시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로 광주 도심 재래시장인 대인시장의 빈 점포 7곳에서‘복덕방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화가 마문호씨가 한 점포에서 진행 중인 ‘열망’이라는 주제의 작업 현장.

비엔날레 '시민 속으로'

창설 13년째를 맞아 아시아 최고의 국제미술축제로 자리잡은 '광주비엔날레'가 다음달 5일 일곱 번째 막을 올린다. 이번 광주비엔날레는 '시민 속으로 들어가는' 다양한 시도들로 눈길을 끈다.

옛 도심의 대인시장에서 진행 중인 '복덕방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대인시장은 백화점과 대형 할인점에 밀려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2~3개월 전부터 빈 점포 7곳에 작가 10여 명이 들어가 상인들과 함께 생활하며 고민을 나눠왔다. 시장 골목과 주차장 벽, 빈 점포의 셔터 등에는 상인들 의견을 물어 벽화를 그려 넣었다. 한 작가는 점포에 동화책과 놀이시설 등을 갖춰 탁아소를 운영하고, 다른 작가는 상인들 삶을 비닐 천에 담은 작품을 선보인다.

건어물가게를 하는 김선옥(여·45)씨는 "젊은 사람들이 골목을 드나들어 시장에 생기가 도는 것 같다"며 "작가들이 재래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말했다. 큐레이터 박성현씨는 "이 프로젝트가 재래시장과 상인들의 삶을 다시 바라보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학생과 함께 거리행진

광주비엔날레는 도심 거리와 학생들 교육현장에도 찾아 들었다. 미국 뉴올리언스 현대미술센터 큐레이터인 클레어 탄콘스가 진행하는 '봄' 프로젝트는 워크숍과 거리행진 퍼포먼스, 전시 등으로 꾸며진다. 참여작가 5명은 대학생·자원봉사자 등 100여 명과 함께 2주일 동안 토론을 벌이고, 의상·소품 등 거리행진에 필요한 작품을 만들어낸다. 소품 제작은 조선대 캠퍼스에서 진행 중이며, 거리퍼포먼스는 비엔날레 개막일 광주 동구 금남로 민주광장에서 펼쳐진다.

개막식 주인공도 시민들이다. (재)광주비엔날레는 개막식에 광주시민 708명을 초청하는 '빛의사람들 0708이벤트'를 벌인다. 재단은 프로야구선수 최희섭씨와 영화배우 박철민씨 등 5명을 선정, 이들의 릴레이 추천을 받아 시민 708명을 초청하기로 했다.

광주비엔날레 조인호 전시부장은 "광주비엔날레는 실험적 현대미술을 선보이는 한편, 시민들 삶의 현장과 소통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36개국 작가 127명 참여

2008광주비엔날레는 9월5일 개막해 11월9일까지 66일간 광주비엔날레관과 광주시립미술관, 의재미술관, 광주극장, 대인시장 등에서 열린다. 오쿠이 엔위저(Okwui Enwezor·샌프란시스코아트인스티튜트 학장)가 예술총감독을 맡았다. 제목은 '연례보고(Annual Report)'. 최근 1년 사이 주요 전시와 미술현장, 사회문화 흐름과 이슈 등을 한자리에 모아 관객에게 '보고'한다.

전시는 '길위에서' '제안' '끼워넣기' 등 3개 섹션으로 나뉘어 진행되며, 36개국 127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길위에서'는 2007년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국내·외에서 펼쳐진 전시 가운데 36개를 선정, 전체 또는 일부 작품을 들여와 보여준다. '제안'은 국내·외 젊은 기획자 5명이 제안 형식의 전시와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끼워넣기'는 독창적 작업을 하는 개별작가 42명과 6개 팀의 전시·이벤트 등을 초대한다.

한국과 중국에서 열리는 국제학술회의와 15개국 대학원생 80여 명이 참여하는 다국적 교육프로그램 '글로벌인스티튜트'도 운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