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태백산에서 입산수도한 영특한 도사다. 당신과 당신 남편의 명이 짧으니 나와 교류(성관계)해야 오래 살 수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는 승려를 사칭해 주부 9명에게 성폭행·사기 행각을 벌여 이중 4명으로부터 수십차례에 걸쳐 18억여원을 갈취한 혐의로 변모(55)씨를 구속기소 했다고 14일 밝혔다.
변씨는 주로 주부들에게 "기치료를 해주겠다"며 유인해 성관계를 가진 뒤, "남편에게 알리겠다"며 협박해 금품을 갈취한 수법을 주로 사용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변씨는 강간, 공갈, 사기, 폭행, 재물손괴 등 공소장에 적힌 죄명이 무려 10개에 이른다.
피해자 중 미술관과 사찰을 소유하고 있는 A(64)씨는 2005년부터 3년 동안 변씨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18번에 걸쳐 15억9000여만원을 빼앗긴 것으로 드러났다.
변씨는 A씨에게 "천도재를 제일 잘 지내는 도통한 승려"라며 A씨 사찰의 운영을 맡은 뒤, "사찰 운영을 위해 벤츠 승용차가 필요하다"며 돈을 뜯어내거나 A씨를 강남의 고급 호텔로 불러내 성폭행하는 등 갖가지 방법으로 A씨를 괴롭힌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사회적 지위가 있는 A씨는 남편과 자신의 체면을 생각해 변씨에게 끌려 다녔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변씨는 또 주부 B씨를 상대로는 "암에 걸린 여동생한테 산삼을 먹이지 않으면 곧 죽을 것"이라며 출처를 알 수 없는 삼뿌리 값으로 6500만원을 받기도 했다.
변씨는 1980년대부터 여성들을 상대로 특수부 검사, 의사, 안기부 직원 등을 사칭하며 성관계를 가진 후 돈을 빼앗아왔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미 변씨는 6번에 걸쳐 사기죄 등으로 11년10월의 징역형을 선고 받은 전과자다. 검찰 관계자는 "나이가 든 변씨가 검사, 의사라고 사칭하기 쉽지 않아 1990년대 이후로는 주로 승려 행세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로 변씨는 7살 때 부모로부터 버림을 받은 후 경기도의 한 사찰에 맡겨져 성장했다고 검찰조사에서 진술했다. 그러나 검찰에 따르면 변씨는 문맹이라 불교경전을 읽을 수 없었고, 다른 사람이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염불을 외우거나 하늘에서 내려준 글씨라면서 알아볼 수 없는 글자 모양을 그리면서 여성들을 현혹했다. 변씨는 검찰 조사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간질이 있다"며 쓰러지는 척 연기를 했다고 검찰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