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신 없으시죠.
-재미있어요. 하하. 오랜만이라.

(2004년)블라디보스톡 갔을 때 같은 기분인가요.
-다른 느낌인데요, 그때는, 지금은 4년 만에 나오니까 설레는 느낌 그런 게 많고, 무엇보다 어색한 느낌이 많아요. 오랫동안 혼자 작업하고 하다가 4년 만에 나오면 어색하죠. LA 있다가 (1집으로)컴백할 때만큼은 안 어색해요.

공백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나요.
-공백에 대한 두려움은 이제 거의 없고요. 그 두려움은 1집 때고 주변에서 '그렇게 하면 잊혀진다'고 해서 가장 컸던 것 같아요. 그 후로는 확신을 해요. 좋은 음악을 하면 팬들이 기억해주니까. 팬들에게 고마운 거죠.

4년 동안 뭘 하면서 지냈나요.
-굉장히 단순하게 지냈어요. ETPFEST 끝나고 여행도 하고 일본도 가고, 미국도 가고2년 정도 그렇게 지냈어요. 그 후로 3개월 정도 놀았고요, 보통 활동 끝나면 놀아요. 그 때는 비행기 같은거 날리는RC 비행기라고요 제가 직접 만들어서 날려요. 요즘은 꽤 커져서요 날개 길이가 3.3m, 엔진이 200cc 정도 되는 '대형 비행기'를 만들죠. 잊을 수 없는 시간이에요 그게, 저에게 굉장히 중요한 시간. RC를 너무 좋아해서그것 때문에 노후 걱정이 없어요. 너무 재미있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구상하고, 스케치 하고. 여행도 했고요, 여행은 워낙 좋아했으니까. 그리고 2년 전(2005년 12월) 한국에 몰래 돌아와서 그때부터는 본격적으로 녹음 작업하고 그랬어요. 녹음하는 데만 거의 1년 정도 걸렸어요. 집에서도 녹음을 해보고 스튜디오에서도 해보고 했다가 지우기도 하고. 꼼꼼하게 했어요.
예전에 미국에서 있을 때 혼자 다니면서 여행하고 오지 같은데 가고, 그런데 가면 너무 기분이 좋고 그런 느낌을 음악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는데 이번에 음악을 만들면서 가사라든지 여행 쪽 얘기를 하다 보니까 대자연의 불가사의라든지 미스터리 얘기를 하게 돼서 모아이를 생각해냈어요. 이참에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모아이 구경가자는 생각도 있었고. 좋아하고 호기심을 가졌던 모아이에 관한 음악을 만들어보고 싶었다고나 할까요.
 
SF 소설 좋아하나요.
-소설은 거의 안 봐요. 영화는 좋아하는데. 영화는 SF나 판타지만 봐요.

이번엔 사운드에서 거품을 많이 뺐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게 목표는 아니었지만, 자연스럽게 일을 하다 보니까 그런 것 같아요. 외국에 가면 어깨 너머로 배우고 하는 좋은 점도 있었지만 그러면서 약간의 문제점 같은 것도 발견했어요. 예를 들어 하루에 한 곡이나 하루에 반 곡 정도 믹싱을 하는데 나중에 들어보면 아쉬운 부분도 생기거든요. 고치고 싶은데 못하는 거죠. 욕심은 끝도 없어요 정말. 이제는 좀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국서 해보기로 했어요. 실력은 부족하지만 시간을 많이 들여서 한다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나 할까요. 녹음도 제가 만든 스튜디오에서 했는데 재미있기도 하고 예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거라서 너무 좋았어요.

대중이 어떤 반응을 할까 즐기거나 재미있어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이번엔 '네이처 파운드'라는 걸 가져와서 대중에게 던진 것 같네요. 이번 앨범은 멜로디는 잘 다가오는데 따라 하기 힘들다라는 평이 있어요. 리듬을 굉장히 쪼개고 복잡하게 만들었다는 느낌이랄까요. 의도한 건가요.
-음악을 만들 때 음악을 먼저 생각해요. 뭘 의도하고 만들지는 않죠. 만든 다음에야 대중의 반응을 궁금해하지만요. 일단은 이번에는 아름답고 신비하고 그런 멜로디를 넣고 싶었어요. 네이처 파운드라는 개념을 설명 드리면 장르적 개념과 함께 음악을 만들 때 '초자연'이라는 것을 넣는 컨셉적인, 개념적인 것도 포함된 것이다. 네이처 파운드 궁금해하신 분이 많으시더라고요. 네이처는 자연이고, 파운드는 '쪼개다'라는 뜻이에요. 그냥 들으면 편안하게 보이는데 굉장히 잘게 쪼개진 음악이에요. 심장박동 소리도 넣어보고. 뜬금없이 계속 하는 게 아니고 처음부터 네이처 파운드라고 생각한 게 아니라 다 만들고 나서 '네이처 파운드'라는 것 생각해낸 거에요.

창작의 고통이나 부담감은 없었나요.
-언제나 힘들어요. 활동할 때는 몸은 힘들지만 팬들이랑 즐기고 편안하고 신나거든요. 작업할 때는 심리적으로 새로운 게 안 떠오르거나 할 때는 고통스럽고 '이젠 안 되나 보다' 하다가 어느 순간 뭐가 떠오르면 '된 것 같아' 하는 과정의 반복인 것 같아요. 만족할 때까지 하고 혼자 작업을 많이 하다 보니 오래 걸리고 길어지는 것 같아요. 이번에 편곡은 한국인 TOP이랑 했었는데, 시간 제약이 없으니까 창작의 고통이 줄어드는 것 같아요. 지금은 편안하게 일해요. 팬들에겐 시간이 길어지니까 미안하지만 팬들도 많이 이해해주는 것 같아요. 미안하고 고맙죠.

이번 앨범은 대중적 친화에 더 집중했다고 여겨지는데요.
-대중친화적일 것이라는 생각은 나도 해봤어요.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요. '사람들이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겠다'라고 생각했어요. 하다가 그렇게 된 거고, 그러니까 홍보도 좀더 대중적으로 할 수 있겠다라고 생각했어요. 실험적이지 않다는 부분은 조금 더 들어보시라고 하고 싶어요. 예전 음악보다 훨씬 많이 실험했습니다.

마케팅의 귀재라는 평이 있죠.
-내가 '마케터'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음악을 만들면 '이건 언제까지 숨겨야 하지' 하는 기본적인 문제부터 결정하고, 그러다 보면 '이건 이렇게 홍보하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번 미스터리 서클 건도그냥 모아이(노래)를 듣는 것보다 그런 신비로운 느낌을 가지고 듣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좋아하고 느꼈던 것들을 팬들과도 나누고 싶었어요. 미스터리 서클 같은 경우도, 한 영화를 보고 나서 어떻게 만드는지 궁금했어요. 마케팅이라고 볼 수도 있고 좋아하는 것들을 나눈다고 볼 수도 있겠죠.

지나친 신비주의라는 비난도 있어요.
-어쩌다 그렇게 됐을까요? 어떻게 이렇게 된 건지 모르겠어요, 하하.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성격 때문인 것 같아요.

새로운 세대들이 접근하기 어렵다는 느낌도 있어요. 그런 것도 서태지가 만들어놓은 신비주의 때문 아닐까요.
-시나위 때부터, 머리 길어서 사람들이 쳐다보면 싫었어요. 어떻게든 차를 사야겠다는 생각 많이 했어요. '서태지와 아이들' 때는 모르는 사람들이 쳐다보는 것들이아무 준비도 안된 상황이어서 무섭기도 했어요. 전 작업할 때 7, 8개월 동안 집에만 있기도 해요. 너무 편해요. 밖에 나가는 게 쑥스럽기도 하고.

김종서씨는 서태지씨를 보고 '음악에 미친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욕심이 많으니 창작의 고통도 크지 않았을까요. 서태지와 아이들 은퇴할 때도 '창작의 고통' 때문이라고 했는데 벌써 8집까지 냈어요. 그런 비결이 있다면.
-시간이 도와준 것 같아요. 서태지와 아이들 할 때는 4집을 만들기도 전에 너무 힘들었어요. 지금 와서 생각하면 몇 가지 원인이 있었는데. 시간을 정해놓고 언제까지 내야지, 이런 식으로 일을 했어요. 6개월 만에 내겠다고 하고, '이전에 7, 8개월 정도 했으니 조금 더 바쁘게 하면 되겠지' 하면서 초조하고 불안해했어요. 팬들은 기다리고 있고, 약속을 해버렸으니 '안 되면 어떻게 하나' 하는 부담감도 엄청났어요.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언론을 대하거나 저작권, 초상권이런 문제들도 힘들었어요.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일도 많았고. 그 때는 어른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애기였죠. 그 때는 더 어려서 힘들었던 것 같어요. 그러다가 후진 음악이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만약 그렇다면 팬들에게 너무 미안한 일이 될 것 같았어요. 나도 좋아하는 뮤지션이 후진 음악을 들고 나왔을 때 슬퍼했으니까. 우리에게 그런 모습이 오는 것 같아서 괴로웠어요. 우리끼리는 이걸 '마지막 음반'이라고 생각하고 끝내자고 결론을 내렸어요. 팬들이 좋아하는, 해피(happy)한 느낌으로 음악을 만들고, 어두운 것보다는 밝은 음반을 만들자고 했는데. 만들고 나니까 괜찮다고생각했지만 (해체)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었어요. 그 후론 음악을 못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얘기가 길어졌는데, 첫 질문이 뭐였죠?

그런 식으로 하고 나서 음악을 못할 거라고 했는데 그 열정이 어디서 생겨나는지? 전성기 때처럼 음악이 계속 나올 수 있다는 게?
-어려운 질문인데잘 모르겠네요, 하하. 제 생각에 제가 음악에 미쳤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재미있으니까 하는 거지, 할 줄 아는 게 그거 밖에 없으니까. 음악을 만드는 시간이 되게 재밌어요, 즐겨요. 아까 얘기한대로 (음악이)안 나올 때는 너무 힘들지만 잠들면서 '내일은 이걸 해봐야지, 저걸 해봐야지' 하고 구상을 할 정도로 여전히 음악은 설레요. 제가 워낙 만드는 걸 좋아해서, 예전에도 모형 같은 거 만들 때 '내일은 뭘 만들어야지' 하면서 잠을 설치고 했거든요. 모르겠어요, 언제 그 '감'이 떨어질지. 지금은 여전히 이전 음악을 이겨야겠다는 생각으로 해요. 그걸 이겼다고 생각하는 순간 앨범을 내는 거죠. 시간에 쫓기지 않으니 편하게 음악을 하는 것 같아요. 팬들한테 고맙죠. 전에는 '잊을 거야' 하고 걱정됐는데 지금은 편안하게 해주고, 이렇게 4년 넘게 안 나와도 괜찮다고 해주고.

다음 싱글 앨범은?
-일단은 같은 '네이처 파운드'일 거고, 나머지는 아직 비공개고요, 일정은 아직 안 잡혀 있어요. 세곡 정도 해서 심심하다 싶을 때, 올해 안에 나올 것 같습니다.

교실이데아, 발해를 꿈꾸며 같이 사회성 짙은 노래 있잖아요, 현 시점에서 그런 메시지를 줬으면 하는 생각을 했어요. 독도도 있고 쇠고기 문제도 있고록의 부흥을 위해서 그런 메시지를 담았으면 했거든요. '사회인 서태지'에서 '자연인 서태지'로 바뀐 것 같아요.
-사회적인 메시지는 꼭 담고 싶은 게 있어서 자연스럽게 담았고, 요즘 같은 경우엔 나름대로 넣는데 그게 꼭 사회적인 문제가 아니라 그것보다 다른 것을 하고 싶은 게 있는데 독도 문제 같은 경우에도 가사를 완성하고 너무 오래 지나면, 음악 만드는데 요즘 2년씩 걸리니까 '오래된 이슈'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내기 힘들지 않을까요.

'모아이'는 환경 문제에 관한 건가요?
-여행하면서 자연의 소중함을 너무 많이 느꼈어요. 여행하다 보면 '이런 게 사라지면 너무 슬프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모아이는 뮤직비디오 찍으러 처음 갔지만 그 전부터 모아이에 여러 사연이 있다는 걸 들어서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모아이를 선택했어요.

평범하게 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신 적은 없나요.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은 언제나 해요. 그런데 지금은 평범하게 살고 싶으면 평범하게 살 수 있으니까, 그래서 전만큼은 안 해요. 지금은 활동 안 할 땐 평범하게 살거든요.

동안(童顔)의 비결이 있나요.
-사실 뭐 별로 하는 게 없는데. 예전에는 엄마 거 여자 로션 하나 쓰고 아무것도 안하고 어쩔 때는 며칠 동안 세수도 안하고 그러는데, 그래서 피부가 좋은가 생각하다가, 요즘은 행복해서 그런가 보다 해요. 요즘은 스트레스를 안 받으니까, 저는 몰랐는데 주변 사람 보면 스트레스 안 받는 게 그게 큰 것 같아요. 주변 직원들도 잘 해주니까.

여행할 땐 어떻게 하고 다녀요? 본인이 아닌 것처럼 꾸미고 다니나요.
-혼자 다닐 때는 정말 저처럼 하고 다녀요, 하하.

알아보는 분들 없어요?
-우선 한국 사람이 없는 곳으로 가죠. 한국 분인 것처럼 보이면 멀리 돌아가기도 하고요. 많이 다니다 보니까 '한국 사람'을 알아보는 저만의 노하우 같은 게 생겼어요. 인터넷에서 가끔 '어디어디서 서태지 봤다'는 분이 있던데 다 틀린 거에요. 미국에 있는 '레이크 파웰'과 칠레의 문 밸리가 너무 기억에 남아요. 특히 문 밸리는 달과 같은 풍경을 하고 있어서 보고 너무너무 놀랐어요. 배낭 하나 매고 여행하다가 죽는 게 꿈이에요.

인터넷 들어가서 '리플'도 보고 그러세요?
-어느 정도는 보죠. 서태지닷컴도 들어가고요. 예전에는 공연 사진 중에 너무 이상하게 나온, '엽사(엽기 사진)'에도 신경을 많이 썼어요. 공연하는 모습이 찍히기 싫을 정도로 이상하게 나온 게 많았어요. 이번엔 다행히 다들 좋은 모습을 찍어주신 것 같아요.

여전히 돌풍을 일으키고 싶나요.
-일으키고 싶죠. 음악 하는 사람 중에 돌풍을 일으키기 싫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내가 느끼는 감동을 팬들에게도 전해서, 팬들도 전율을 느꼈으면 하죠.

그런데 10대 중에는 서태지씨를 잘 모르는 사람도 있어요.
-절 모르다니, 신기해요! '10대의 우상'이었는데 이제 10대들이 '서태지가 누구지?'라고 하다니, 이상하게 느껴져요. 그만큼 나이 먹고 세월 흘렀다는 뜻이겠죠.

결혼하고 싶은 생각은 없나요?
-전 제가 행복한 게 좋아요. 지금은 이대로 행복하니까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안 들어요. 음악 하는 데 방해될 것 같아요. 여자를 싫어하는 건 아닌데, 결혼하겠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결혼하고 싶은 맘이 들면 할 거에요. 하고 싶은 건 꼭 하니까. 그런데 점점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안 들어요.

콘서트 계획은 없나요?
-8월말 ETPFEST 말고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어요. ETP는 처음으로 야구장에서 하는 콘서트라서 기뻤어요. 사운드가 정말 좋을 거에요. 지금까지 ETP 중 제일 멋있는 게 될 거에요. 전국 투어도 하고 싶은데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어요. 연말이나 크리스마스가 낄 것 같아요. 10번 정도 할 계획인데 예전처럼 활동을 마감한다기보다 활동 중에 콘서트를 하는 거라서 신날 것 같아요.

예전에 멤버들과 팬들이 '대장'이라고 불렀는데, 요즘도 '대장'같은 생각이 들어요?
-멤버들이 '대장'이라고 부르지도 않으면서 방송에서만 '대장, 대장' 해서 '대장'이 됐어요. 별 의미는 없는 것 같아요. 대장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없고.

무서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소탈하신 것 같아요.
-저 무섭게 한 적 한번도 없어요. 6집 때문에 그럴 거에요. 카리스마 6집!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