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선수들에게 배트, 글러브 등 장비는 분신이다. 전쟁터에서 싸우는 병사들의 총과 다름없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장비에 자신만의 격문이나 기호를 새겨 힘을 얻는다. 사랑하는 가족의 이름부터 학창시절의 급훈을 연상시키는 문구, 알듯 모를듯한 기호까지 그 형태는 참으로 다양하다. 문구도 한글, 한자, 영문 등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 모두 최고의 플레이를 펼치기 위한 일종의 '부적'이다. 장비마다 정성스럽게 씌어진 그들만의 '부적'의 유형과 의미를 새겨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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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사랑형
대부분 유부남들의 장비에서 볼 수 있다.
두산 김동주는 지난해 말 결혼한 아내 김지은씨의 영문 이니셜 'JE'를 모자, 배트 등 여기저기 새겨 경기에 나선다. 심지어 테마송도 아내를 위한 '너는 내 운명'으로 튼다.
팀동료 홍성흔은 모자에 가족들의 이름을 모두 영문 이니셜로 박아놓았다. KJI(아내 김정임씨) HWR(딸 홍화리) HSH(자신 홍성흔)를 세로로 배치했다. 올해 복귀한 두산 김선우는 두 아들 '성훈, 정훈'의 이름을 한글로 모자에 적어 애틋한 부정을 표시했다.
총각인 롯데 이대호의 헬멧 옆 부분에는 'D.H ♡ H.J'란 문구가 눈에 띈다. 여자친구 신혜정씨의 사랑의 힘으로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서겠다는 뜻이다.
▶자기 최면형
선수들이 가장 선호하는 유형이다. 지난해 팔꿈치 수술을 받은 삼성 배영수는 글러브 바깥쪽 손가락 끼는 부분에 한자로 '完全復活(완전부활)'을 써넣었다. 지난해 재활에 힘쓸 당시 선동열 감독의 일본인 지인으로부터 선물받은 글러브다. 너무 마음에 들어 올시즌 완벽한 부활을 꿈꾸며 개막전부터 손에 끼었다. 외부에 공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란다.
▶종교형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우리 송지만은 장비가 아닌 왼쪽 팔뚝에 'JESUS'라는 단어를 새겨넣었다. 2년 전에 문신을 한 것이다. 문구 옆에는 해석하기 다소 난해한 작은 그림이 있는데 송지만의 신앙심을 보여준다. 한화 내야수 한상훈은 모자 챙에 십자가를 그려넣었고, 요셉을 적었다. 역시 독실한 크리스찬으로 경기에 들어서기전 항상 기도를 한다.
▶좌우명형
KIA 이종범이 대표적이다. '忍(참을 인)'자를 모든 배트에 새겨넣었다. 광주 서림초등학교 3학년때 부모님의 권유로 '忍'을 배트에 새겨넣기 시작해 항상 마음 속에 담아두고 있다.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그의 야구인생은 '忍'과 함께 한 셈이다.
▶소망형
LG 조인성은 프로 데뷔 때부터 포수 미트 엄지를 끼는 구멍 위쪽에 'No Steal'이라고 적어놓았다. 도루를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KIA 이용규의 헬멧 옆부분에는 흰색으로 새겨넣은 'YK ♡ BJ'가 눈에 들어온다. 하트 문양을 보아서는 BJ가 여자친구의 이니셜쯤으로 생각되지만 사실은 아니다. 올시즌 개막때 베이징올림픽 참가를 목표로 베이징의 약자를 'BJ'라고 정하고 이같이 새겨넣은 것이다.
한화 김태완은 모자 챙에 자신의 배번인 '10'을 적어놓았다. 팀동료인 이여상이 홈런을 많이 치라는 뜻으로 10의 '0'을 야구공으로 대신 그려줬다는게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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