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아산은 당초 CCTV를 토대로 오전 4시31분이라고 했지만, 이번 조사에서 CCTV 시각이 12분50초 빨리 설정됐던 것으로 판명됐다. 즉 박씨가 호텔을 나선 시각은 오전 4시18분쯤이었다는 것. 이 경우 박씨가 호텔을 나서서 북측 초병에 발견될 때까지 32분 동안 1.9㎞를 걸어갔다는 것이어서 '50대 주부가 20분 동안 3.3㎞ 이동할 수 있었겠느냐'는 의문은 일부 해소됐다.

(본지 7월 17일자 보도)

지난 3월 사하라 사막에서 열린 사막 마라톤 참가자들이 모래 위를 걷고 잇다. 모래밭에서 잘 걸으려면 발걸음을 가볍게 해야 한다.

보통 성인은 시속 4㎞로 걷는다. 체력 상태에 따라 약간 차이는 있지만 시속 8㎞를 넘지 않는다. 보폭이 60㎝인 성인을 기준으로 하면 시속 4㎞는 보통 속도, 6㎞는 빠른 속도, 8㎞는 매우 빠르게 걷거나 가볍게 달리는 속도다. 평범하게 달리는 사람의 속도는 시속 10㎞ 정도고, 조금 빠르게 달리는 사람은 시속 12㎞ 정도다.

이 속도는 운동장이나 트랙과 같은 지면을 달리는 것을 기준으로 할 때다. 모래밭에서 걷는 속도는 보통 지면보다 최고 70~80% 정도 느려진다. 모래밭은 힘을 줘 밟으면 바닥이 파일 정도로 물렁하기 때문이다.

걷거나 달리는 것은 다리로 지면을 박차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즉 지면을 강하게 찰수록 내 몸은 더 높이, 멀리, 빠르게 나아가게 된다. 하지만 바닥(반작용 면)이 물렁하면 내가 찬 힘을 바닥이 흡수해 버린다. 이럴 경우 반작용이 약해지고 속도가 느려진다. 지면을 찬 힘이 전부 앞으로 나아가는 데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모래밭에서는 힘도 더 든다. 땅을 밟는 힘이 분산되기 때문에 근육도 쉽게 지치고, 숨도 빨리 찬다. 이 때문에 운동선수들이 달리기 훈련 장소로 모래밭을 고르기도 한다. 반작용이 약한 모래밭에서 달리기 훈련을 통해 순발력이 향상돼, 일반 트랙에서 더 빠르게 뛸 수 있기 때문이다.

모래밭에서 달리기 연습을 하는 것은 무게 추를 매달고 점프 연습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사막 마라톤 참가자들은 모래에 맞는 달리기법을 따로 익힌다. 사막에서 딱딱한 땅을 달릴 때처럼 바닥을 강하게 차면 체력만 더 소모되고, 발도 모래에 빠지기 때문이다. 모래에 덜 빠지려면 발바닥 전체를 이용해서 바닥을 디뎌야 한다. 차는 동작도 줄여야 모래에 파묻히지 않는다.

등산과 모래밭을 비교하면 어떨까. 경사, 노면, 높이 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아 절대적인 비교는 어렵다. 운동에서 힘들기를 결정하는 것은 상대강도(相對强度)다. 걷는 습관이나 운동량에 따라 등산이 더 힘들 수도 있고, 모래밭이 더 힘들 수도 있다는 얘기다. 다만 일반인이 모래밭에서 걷거나 뛸 일이 거의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익숙하지 않은 모래밭이 익숙한 산보다 더 힘들게 느껴질 수도 있다.

17일 현대아산은 고(故) 박왕자씨가 이동한 시간과 거리를 바꿔 발표했다. 새로 발표한 내용대로라면 박씨는 북한군에게 피격될 때까지 32분 동안 시속 3.7㎞ 정도 해변가를 걸은 셈이다. 12일 북측이 발표한 내용(3~3.3㎞를 20분 만에 이동, 시속 9~10㎞ 정도 속도로 백사장을 달린 셈)과 달리 현실적으로 가능한 상황 설명이다. 하지만 이동 속도에 대한 의문점은 여전히 남는다. 산책을 나온 박씨가 왜 시속 3.7㎞ 정도의 잰 걸음으로 걸었을까. 일반적으로 산책을 하는 사람의 속도는 시속 2㎞ 남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