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맨유의 브레인 카를로스 케이로스 수석코치(55ㆍ포르투갈)가 팀을 떠났다. 케이로스 코치는 첼시로 떠난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의 후임으로 포르투갈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계약기간은 4년. 신임 케이로스 감독은 "조국을 위해 봉사할 수 있게 돼 영광이다. 일단 남아공월드컵 예선을 통과하는 것이 직면한 목표다. 포르투갈대표팀을 맡을 수 있도록 도와준 맨유 구단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맨유는 좌불안석이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최종 결정을 내렸지만 그동안 팀의 밑그림은 케이로스 코치가 그렸다. 직함만 코치지, 사실상 감독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만큼 그의 자리는 컸다. 맨유와 케이로스 코치의 이별은 박지성에게도 영향이 있다. 과연 긍정적일까, 부정적일까? |
⊙케이로스는 누구?
그는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 사령탑을 지낸 세계적인 지도자다.
1989년부터 2년간 포르투갈 청소년대표팀을 이끌면서 루이스 피구, 루이 코스타 등 '황금세대' 멤버를 길러낸 그는 2002년 6월부터 맨유의 수석코치에 선임돼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을 보좌했다. 1년 뒤에는 퍼거슨 감독을 떠나 레알 마드리드의 지휘봉을 잡으며 주목받았다.
하지만 2004년 5월 성적 부진으로 물러난 뒤 다시 맨유로 돌아와 수석코치로 일해왔고, 지난 시즌 '더블(유럽챔피언스리그, 정규리그) 우승' 달성의 주역이었다.
여러 팀에서 감독 제의가 있었다. 특히 '포스트 퍼거슨' 0순위로 거론됐다. 퍼거슨 감독도 부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결국 조국의 부름에 두 손을 들고 말았다.
⊙맨유는 케이로스 팀이었다
감독은 고독한 자리다. 하지만 케이로스 코치가 버티고 있어 퍼거슨 감독은 외롭지 않았다. 선수 기용, 전략 전술, 팀 훈련 등 거의 모든 부분을 케이로스 코치에게 기댔다.
이런 만큼 케이로스 코치가 떠난 빈자리는 고스란히 퍼거슨 감독의 몫이 됐다. 그래서 퍼거슨 감독이 가장 아쉬워하고 있다.
하지만 권한이 크다 보니 잡음도 있었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케이로스 코치는 호나우두, 나니(이상 포르투갈), 안데르손(브라질) 등 국적이 포르투갈이거나 포르투갈어를 사용하는 선수들의 '아버지'였고, 어느 정도 편애도 했다.
호나우두와 다툰 후 팀을 떠난 반 니스텔루이가 당시 "너의 아버지에게 일러라"고 말한 부분이 이를 방증한다.
⊙박지성은 잃을 것이 없다
포르투갈 출신 선수들과의 포지션 경쟁은 박지성의 숙명이다.
호나우두를 차치하더라도 지난 시즌 영입된 나니와의 경쟁은 올시즌도 불을 뿜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측면에서 나니는 정신적인 지주를 잃었다. 반면 박지성은 잃을 것이 없다.
사실 지난 시즌 부상에서 복귀한 후 한동안 '2경기 결장→선발'이라는 로테이션 시스템이 자리를 잡자 케이로스 코치의 입김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그만큼 케이로스 코치는 포르투갈 선수들이 먼저 머리에 있었다.
첼시와의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엔트리 제외도 마찬가지다. 케이로스의 작품일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그는 없다. 경쟁은 공평해졌고, 박지성도 오직 기량으로만 평가받을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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