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강화도 모녀 살해 사건의 용 의자들이 범행 24일 만에 경찰에 붙잡 혀 인천 강화경찰서에서 조사 받고 있 다. 김용국 기자 young@chosun.com

인천 강화도 윤복희(47)씨와 딸 김선영(16)양 모녀를 납치해 살해한 용의자는 이웃에 살던 20대 청년과 그 친구들이었다. 인천지방경찰청은 11일 이번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안모(26)씨 등 4명을 체포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안씨 등은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강화도 K중학교 선후배 사이인 안모(26), 이모(24), 하모(27)씨 등 용의자 3명은 지난달 17일 오전 윤씨 집에 들어가 혼자 집을 지키고 있던 윤씨를 납치했다. 연모(26)씨도 범행을 함께 모의했지만, 납치에는 가담하지 않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들 중 안씨는 윤씨와 한 동네에 살아 지난 4월 윤씨의 남편이 교통사고로 숨진 뒤 2억7000만원의 보험금이 나온 사실을 아는 등 윤씨 집안 형편을 잘 알고 있었다.

이씨와 하씨는 윤씨를 납치해 윤씨 소유의 무쏘 차량에 태운 뒤 강화읍 국민은행으로 향했다. 안씨는 자신의 쏘나타 승용차를 타고 뒤를 따랐다.

이들은 차 안에서 윤씨를 성폭행하고 때리며 "은행에서 돈을 찾아 나올 동안 믿을 수 없으니 딸을 부르라"고 협박했다. 윤씨가 신고를 하거나 도망갈 것을 대비해 딸을 볼모로 잡아두기 위한 것이었다.

윤씨는 처음에는 강하게 거부하다가 이들이 "돈만 주면 해치지 않겠다"고 약속하자, 낮 12시쯤 선영양의 담임 교사에게 전화를 걸어 "남편의 사후 처리 문제로 딸이 있어야 한다"며 선영양을 조퇴시켰다. 선영양에게는 "쏘나타 승용차를 보낼 테니 그것을 타고 집으로 오라"고 했다. 이 때문에 선영양은 안씨 승용차에 의심 없이 탔던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이씨와 하씨는 이날 오후 1시쯤 윤씨를 시켜 5억원이 입금돼 있던 계좌에서 1억원을 1만원권 지폐로 인출하고, 그 직후 차 안에서 윤씨를 목 졸라 죽였다. 학교 앞에서 납치해 온 선영양도 이날 오후 7~8시쯤 강화군 하점면 창후리 부근에서 목 졸라 살해한 뒤 두 사람의 시체를 인근 갈대밭에 버렸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한꺼번에 너무 큰돈을 찾으면 은행 쪽에서 의심을 할까봐 1억원만 찾게 했다"며 "범행이 탄로날까 두려워 윤씨 모녀를 죽였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윤씨가 살고 있던 하도리 주민들로부터 "마을 입구 주변에 며칠 동안 보였던 승용차가 윤씨가 실종된 날부터 보이지 않았다"는 제보를 받고, 이 차량 소유자를 추적해 안씨를 붙잡았다.

경찰은 안씨와 하씨가 윤씨 모녀 외에도 "2006년 4월 시흥에서 다방 여종업원 1명을 살해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