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8 런던대회 영 - 미 '세퍼즈 부시의 전투' |
1908년 제4회 런던 올림픽이 런던 서부의 세퍼즈 부시(Shepherd's Bush) 스타디움에서 개막됐다. 각국 선수단은 국기를 앞세우고 입장했는데 이 대회부터 국가 간 경쟁이 본격화됐다.
스포츠를 신사의 순수한 여가문화로 생각했던 영국은 미국이 대표선수 훈련에 재정 지원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천박한 처사라고 비난하며 개회식장에 미국 국기를 게양하지 않았다. 이에 미국선수단은 입장식 때 영국 국왕에게 경의를 표하는 의례를 생략해 버렸다.
더 큰 감정 대립의 도화선은 줄다리기와 육상경기였다. 줄다리기(8명) 결승에서 영국 선수들이 강철 테가 부착된 부츠를 신고 출전해 우승하자, 운동화만 신었던 미국 팀이 격렬하게 항의했다.
육상 400m에서 영국 홀스웰(W. Halswell)이 3위를 차지했으나 집행부는 1, 2위를 한 미국 선수들의 진로 방해 때문이었다며 1~3위 선수만 재경기를 하도록 했다. 미국 선수들은 이 결정에 불응했고, 영국의 홀스웰은 혼자 달려 금메달을 차지했다. 영-미 간의 첨예한 감정대립이 도를 넘어섰고, 사회 지도자들이 나섰다.
영국 국교회 펜실바니아의 주교 탈봇(Ethelbert Talbot)은 1908년 7월 19일 런던 세인트폴 대성당에서 "올림픽에서 중요한 것은 승리보다 참가하는데 있다"며 양국 선수들의 자제를 요청했다. IOC위원장 쿠베르탱은 임원 초청 리셉션에서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성공이 아니라 노력이다. 본질적인 것은 정복이 아니라 훌륭하게 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이후 올림픽에서 국가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자 탈봇 주교와 쿠베르탱의 말이 계속 인용되다가 1932년 LA올림픽에서 이 말을 '올림픽 신조(Olympic Creed)'로 확정하게 됐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성공이 아니라 투쟁하는 것이듯, 올림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승리가 아니라 참가하는 것이다. 본질적인 것은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훌륭하게 싸우는 것이다."
런던올림픽이 끝난 뒤 영국과 미국의 첨예한 대립과 치열한 메달 경쟁을 런던올림픽 메인스타디움 지명을 따서 '세퍼즈 부시의 전투(The Battle of Shepherd's Bush)'라고 부르게 됐으며, 이 전투로 인해 지금의 '올림픽 신조'가 탄생했던 것이다.
베이징에서도 치열한 메달경쟁과 함께 불화도 일어날 것이며, 그 때마다 '올림픽 신조'도 다시 들먹여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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