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 프로에 나오는 아나운서라는 사실만으로 주목을 받던 시절은 끝났잖아요? 재치 있으면서도 정확한 방송을 하는 게 중요하죠. 물론 잘 웃고, 가끔 허점도 보여주면서요."
노현정, 박지윤 등 KBS 여성 스타 아나운서의 산실 2TV '스타 골든벨'의 안주인 윤수영(27·사진) 아나운서. 선배들이 잇따라 사표를 내고 나간 뒤, 지난 4월부터 이 프로그램을 맡아 깔끔하면서도 엉뚱한 모습으로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다. 현재 KBS에서 가장 주목받는 '연예인형 아나운서' 중 하나다.
'스타 골든벨' 진행자로 발탁되기 전까지 1TV '6시 내 고향' 팀에 있었던 그는, 처음 출연 제의를 받고 당황했었다고 했다. "삶의 현장 한가운데 서 있는 보통 사람들을 만나다가 갑자기 연예인을 상대하려니 난감했다"는 것. 그는 "첫 회 녹화를 마치고 방송을 보는데 '제 말투가 왜 이렇게 구수한 걸까?'하는 생각을 했다"며 웃었다.
"아무래도 선배 아나운서들하고 방송하면 대강 제가 언제쯤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감을 잡을 수 있는데, 여기서는 순식간에 기회를 잡아채 말을 해야 되잖아요. 말을 던지는 것 자체가 경쟁이니까 처음에는 쉽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는 갈수록 숙련된 솜씨로 연예인들과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아나테이너(아나운서와 엔터테이너의 합성어)'에 대한 관심이 예전만 못하다"고 하자, "과도기일 뿐"이라고 했다.
"아나운서들이 오락 프로에 출연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따로 교육을 받는 게 없어요. 그러니까 현장에서 자꾸 부딪치고 깨져 가면서 시청자들을 즐겁게 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거죠."
"왜 아나운서가 됐냐?"고 묻자 그는 "'시집 잘 가려고 아나운서 됐냐?'는 얘기를 듣는 게 가장 싫다"고 했다. "아나운서는 '접근성'이 높은 직업이라서 좋아요. 이 사회의 모든 사람들에게 접근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잖아요."
그는 "작년에 '6시 내 고향'을 진행하면서 태안 기름 유출 사고 현장을 앞서 보도했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원고는 바람에 날아가고 기름 냄새 때문에 머리가 깨질 것 같았지만 2시간 동안 즉흥적으로 진행을 했어요. 그 방송 보고 많은 자원봉사자 분들이 태안으로 내려와 뿌듯했습니다."
입력 2008.07.07.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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